국내외 경제 불안에다 다음 달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까지 겹치면서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막판 집계 과정에서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대외적인 불안감이 남아 있는 데다 대선 후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 없어 사업계획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미미한 실적에 대형 건설사 '흔들'
대형 건설사들의 올 한 해 농사가 평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대부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등에서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체별로는 현대산업개발(-75.07%)과 GS건설(-73.81%)이 70% 이상 떨어졌다. 삼성물산(-50.40%)·대우건설(-24.94%)·현대건설(-19.20%)·대림산업(-13.82%) 등도 하락 폭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외형은 커졌으나 수익성 지표는 악화되는 허약해진 체질구조를 드러낸 셈이다.
분양 실적도 신통치 않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까지 10대 건설사의 아파트 및 오피스텔 분양 물량은 5만7000여가구로, 대우건설(1만611가구)만 유일하게 1만가구를 넘겼다.
현대건설(7700가구)·삼성물산(7670가구)·대림산업(6719가구)·롯데건설(6143가구) 등은 예년에 비해 절반 정도 공급했다.
이 같은 대형 건설사 실적 하락은 국내 주택사업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진데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건설사간 출혈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A건설사 재무담당 임원은 "몇 년 전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저가로 수주했던 프로젝트들이 본격 실적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며 "지금도 해외에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양계획 지연, 해외사업도 걱정 태산
대형 건설사들의 내년 사업계획 일정도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통상 11~12월이 되면 내년 분양계획을 비롯해 사업목표가 설정되는데, 올해의 경우 제대로 된 사업일정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주택협회 측에 따르면 내년 분양계획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회원사 72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2곳 만이 계획을 알려왔다.
이 협회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나쁘다 보니 업체마다 사업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보다 사업을 줄이는 쪽으로 조정 중인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주택업계에서는 12월 대선을 가장 큰 변수로 여기고 있다. B건설사 임원은 "새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지 몰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은 당장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정보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분양 예정물량은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예년 이맘때 같으면 공급 물량 윤곽이라도 나왔으나 올해는 분양 시기조차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대부분은 내년에도 해외사업에 역점을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업계획 짜기가 만만치 않다. 최근 국내 경기 침체에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중견·중소 건설사들도 적극 해외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이 심화돼서다.
최근 해외건설 수주가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은 것도 걱정이다. 대형 건설업체 모임 한국건설경영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현재 회원사들의 해외 수주는 33조699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조2262억원보다 1.4% 감소한 것이다. 특히 주력 업종인 플랜트 분야의 수주액은 같은 기간 36.6% 줄었다.
아직 사업계획을 확정짓지 않고 있다는 C건설사 홍보담당 임원은 "사업계획이 확정돼도 거창하게 발표하기보다는 다른 곳 눈치를 보며 조용히 내놓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수 사항인데 업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쉽지가 않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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