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찬 '해외건설 비전' "첫 단추부터 불안하네"

  • 올해 700억弗 수주 목표 차질<br/>중동 민주화로 해외시장 고전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2012년 700억 달러 수주, 그리고 2014년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 정부가 2010년 세운 이른바 '해외건설 진흥 비전'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의 비전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일 위기에 처했다.

올해를 한 달가량 남겨둔 가운데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이 목표액과 차이가 너무 커 사실상 목표 달성이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551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약 475억2000만 달러보다 16%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목표액인 700억 달러보다는 무려 148억3000만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 달 안에 150억 달러의 수주액을 올려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 것이다.

해외건설 목표 달성에 대한 지적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1~2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나 감소한 21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자스민 혁명'으로 불린 중동 민주화 바람으로 해외 시장이 불안정했던 탓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세계 정세가 불안한데 너무 높게 목표를 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지난 5월 말 한화건설이 이라크에서 78억 달러 규모 신도시 사업을 따내며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7월 4억5000만 달러 수주에 그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업체별 실적을 살펴봐도 현대건설(83억5594만 달러·이하 29일 기준)과 한화건설(77억4200만 달러)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수주실적 3·4위인 삼성엔지니어링(62억4792만 달러)과 GS건설(44억7524만 달러)은 올해 목표치의 절반을 조금 웃돌고 있다. 삼성물산(37억5946만 달러)도 전년 동기(40억392만 달러)보다 실적이 오히려 줄었다.

해외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계약이 예정됐던 프로젝트들도 일정이 조금씩 늦춰지면서 수주 소식이 뜸한 상황"이라며 "올해부터 해외사업 비중 확대 및 사업 다변화에 나섰지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진출 증가로 전체 시장규모가 커져야 하지만, 자국간 경쟁에 그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하다가 뒤늦게 해외 시장에 진출한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대형건설사뿐 아니라 중소건설사들도 이미 해외 시장에서 터를 잡아놔 새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자국업체간 출혈경쟁이 치열해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연내 계약이 확정적인 사업만 120억 달러 규모에 달해 700억 달러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설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해외 수주는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겠다는 눈치다.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 관계자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0년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가 포함됐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해외건설 시장은 성장세"라며 "중동에 치중됐던 사업 진출 국가를 남미 등으로 확대하고 물산업과 도시개발 같은 새로운 분야를 찾는 등 수주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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