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아주중국> 국민은행

  • 중국 대륙에 닻 내리다

글 조용성 베이징 특파원

국민은행 중국법인 설립행사에서 관계자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21일 베이징은 추운 겨울날씨에 칼바람이 매서웠지만 이날 출범하는 국민은행 중국법인만큼은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국민은행은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SK빌딩에서 법인개설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민병덕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지주회사와 은행의 사외이사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그리고 이날 국민은행 중국법인의 설립을 기념해 이날 KB금융그룹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경제 전문가들과 저명한 중국 금융•경제 전문가 33명이 한데 모여 양국의 금융 환경 변화와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KB국민은행 한•중 금융경제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원탁회의에는 지바오청(紀寶成) 인민대 전 총장, 천사오윈 인민은행 전 법조청장, 자오시쥔(趙錫軍) 중국인민대학 재정금융학원 부원장, 웨이자닝 국무원발전연구중심 부부장, 쥐궈위 북경대학 경제학과 교수, 짠샹양 ICBC도시금융연구소장, 궈텐융(郭田勇) 중앙재경대학 중국은행업연구센터 교수 등 중국 금융계에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총출동해 한국과 중국을 둘러싼 금융환경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펼쳤다.

이날 한국에서 온 KB금융그룹의 중역들은 물론 현지 중국법인 직원들 모두 기대감에 들뜬 듯, 흥분에 휩싸인 듯 상기돼 있었다. 이들에게 있어 국민은행 중국법인 설립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날 법인 출범식은 국민은행이 지난 17년간 세 번의 좌절을 극복하고 내딛는 의미있는 첫걸음이다.

◆ 17년 전 첫발 내디뎌
국민은행의 중국진출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95년 시작됐다.
우연히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각각 상하이와 베이징에, 그것도 같은 해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사무소는 본사와의 연락이나 현지 금융시장을 이해하고 조사하는 작업을 한다. 중국에서는 해외금융 회사는 최소한 2년 이상 사무소를 운영해야만 지점이나 법인을 개설할 수 있다.외국계 선진은행들이 이제 막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시장에 들어옴으로 인해 빚어질 혼란을 피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조치였다. 당시는 이
미 외환은행, 한일은행, 산업은행, 조흥은행이 발빠르게 중국에 진출해 지점영업을 하고 있었다.

2년이 지난 1997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한국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었던 상하이에 지점개설을 신청했다. 당시 상하이시에서는 한국계 은행에게 단 한 개의 지점만을 허가할 수 있었다. 상하이시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에게 조율을 거친 후 한 곳만 신청하라고 조언했지만 끝내 두 은행은 알토란 같은 상하이 지역에서의 개점을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던 1997년 하반기 IMF 한파가 불어닥쳤다.

한국에서는 단돈 1달러가 아쉬운 상황이었기에 한달에 5만달러가량의 경비가 소요되면서도 수익이 나지 않는 해외 사무소들은 짐을 꾸려 본국에 돌아와야 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거대한 중국시장의 교두보가 될 지점설립을 앞두고 있었기에 중국사무소 철수를 못내 아쉬워했다. 게다가 당시는 상하이에서 두 은행 모두에게 지점설립을 독촉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버티지 못하고 2000년 끝내 본국으로 철수하고 만다. 국민은행 중국진출의 첫 번째 좌절이다.

그리고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2000년 통합을 선언했고 2001년 통합을 완료했다. 합병한 국민은행에 은행장으로 취임한 김정태 행장은 중국사무소 철수를 두고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 행장은 동남아나 홍콩계 은행을 M&A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적당한 매물이 없었다.

◆ IMF, 카드사태, 외환은행 인수무산까지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다시 중국진출을 꾀했다. 2002년 광저우에 사무소를 다시 설립했다. 다이샹룽(戴相龍) 당시 인민은행장은 국민은행은 과거 사무소를 5년여 운영한 경험이 있으니 일단 중국에 사무소를 개소하면 지점설립 허가에 융통성을 기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국민은행은 이에 힘입어 다시금 중국 지점 설립을 추진했지만 공교롭게도 2003년 카드사태가 터지면서 거액의 손실을 봤고, 더 이상의 해외투자를 단념해야 했다. 중국진출 두 번째 좌절이었다.

이후 국민은행은 2004년 외환은행 인수를 시도했고, 그 해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됐다. 당시 외환은행은 중국에 점포망이 잘 짜여져 있었기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직접 중국에 진출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었다. 국민은행은 직접진출을 잠시 보류하고 외환은행 인수에 매진했다. 하지만 2006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인수 시비에 휘말린 끝에 외환은행 인수는 국민은행 목전에서 무산되고 만다. 중국진출 세 번째 좌절이었다.

이때부터 국민은행은 자체적으로 해외사업에 다시금 드라이브를 건다. 2007년 은행장 직속으로 해외사업본부라는 신조직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드디어 2007년 국민은행 광저우 지점이 설립됐다. 국민은행이 중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리고 2009년에는 하얼빈 지점을 설립했고 2010년에는 쑤저우 지점을 열었다. 국민은행은 지점 설립에 만족하지 않고 법인전환을 모색한다. 2011년 법인전환 타당성을 조사했고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베이징에 법인을 설립을 결정했다. 2011년 연말 국민은행 중국법인 설립팀이 베이징에 입성해 설립작업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사무소 설립후 17년 동안 세 번의 좌절을 겪은 끝에 법인설립이라는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 법인설립으로 도약 발판 마련
지점개설은 한국 금융당국과 중국의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중국내 규정상 1년에 한 개밖에 개설하지 못한다. 하지만 법인이 개설되면 1년에 한 개의 분행(지역본부 개념)을, 그리고 한 개의 분행당 한 개의 지점을 낼 수 있다. 만약 분행이 4개 있다면 1년에 4개의 지점을 낼 수 있는 셈이다. 현재 국민은행 산하의 광저우지점, 하얼빈지점, 쑤저우지점 등 세 곳은 법인설립과 동시에 분행으로 승격된다. 게다가 베이징에 분행이 설립됐으니 국민은행은 법인출범과 동시에 4개의 분행을 거느리고 출범하는 셈이다. 국민은행은 내년 상하이 분행 설립을 꾀하고 있다. 그러니 원칙적으로 국민은행은 내년 5개의 지점을 신규로 설립할 수 있게 되는 것. 국민은행으로서는 법인설립을 통해 중국대륙에 좀더 빠른 진출을 기할 수 있게 됐다.

민병덕 행장은 “중국 진출은 KB금융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을 위한 필수과정”이라며 “앞으로 적극적인 현지화를 통해 중국기업이나 개인 대상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 행장은 “KB국민은행은 중국에서 1단계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및 교민 중심 영업, 2단계에선 중국 기업 대상 영업에 주력한 뒤 3단계로 현지인 대상 소매영업과 프라이빗 뱅킹 등을 시도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현지화를 추진하고 분행과 지행을 계속 확충하는 한편 현지은행 등과의 제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은행은 이번 중국현지법인 개설에 따라 4개 현지법인(중국, 런던, 홍콩, 캄보디아)에 9개 지점(베이징, 광저우, 하얼빈, 쑤저우,뉴욕, 도쿄, 오사카, 오클랜드, 호치민), 2개 사무소(하노이, 뭄바이), 그리고 1개 지분투자기관(카자흐스탄 Bank CentreCredit)등 총 16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향후 중국 및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더욱 적극적인 네트워크 확장을 추구할 예정이다. 이로서 국민은행은 글로벌은행으로의 도약에 더욱 힘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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