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자영업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력과 능력 고하에 상관없이 퇴직금 정도의 자본만 있으면 '재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이미 검증과정을 거친 프랜차이즈 사업은 안정성을 무기로 창업 인기종목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그러나 고공비행을 거듭하던 프랜차이즈 사업은 최근 '성공 보증수표'에서 이른바 '부도수표'로 전락하는 추세다. 고정수입은 고사하고 유지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가맹점주들이 늘면서 "프랜차이즈 시대는 끝났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분기 외식업경기지수는 71.22로 침체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외식업경기지수가 100 이상이면 성장, 100 미만이면 침체를 의미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부진은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몰리면서 가맹점들이 우후죽순 늘어난 것이 주된 원인으로 해석된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비심리 감소도 원인의 한 축이다.
시장 과열을 의식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업종별로 기존 가맹점에서 500~1500m 이내 동일 브랜드의 신규 가맹점 출점 금지를 뼈대로 하는 모범거래 기준을 발표했지만, 이미 악화된 가맹점 수익의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 홍대 부근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들어선 골목을 보면 이미 들어올 업체는 모두 입점해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와서 출점 제한을 둬봤자 월 매출이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사업 행태도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입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몇몇 업체들이 가맹점을 급속도로 늘려나가다가 매출이 정체되면 브랜드를 팔아치우거나 포기하고 다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팽창시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 결국 가맹점주로부터 돈을 긁어모아 배만 채운 뒤 나몰라라 하는 '먹튀' 행각을 벌이는 셈이다.
창업 전문 컨설팅 업체인 스타트비즈니스의 김상훈 소장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초기 양적 확장정책을 펼쳐 급격히 정점에 오르지만 그 뒤에 빠르게 매출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현 시점에서 가맹점이 1000개 이상 나온 상황이라면, 소비자들은 더이상 해당 브랜드에 매력을 느낄 수 없다는 게 김 소장의 전언이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악화될 경우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이를 외면한 채 개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1인 창업'에 점차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aT 외식진흥팀 관계자는 "당장 올 4분기에는 크리스마스 및 연말 모임 등이 끼어 있어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전체 외식업계의 매출이 다소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전반적으로 프랜차이즈가 예전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시절은 갔다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경기지수란?
aT와 경희대학교(책임연구원 최규완 교수)가 지난해 초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미국레스토랑협회(NRA)의 외식업경기지수(RPI)를 모델로 삼아 공동개발한 지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으로부터 자료를 지원받아 국내 외식산업의 경기상황을 매분기 업종·지역·규모·상권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석해 수치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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