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보상배율은 기업 부채에 대한 지급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지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안정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해 공격적인 투자 대신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주안을 두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자보상배율은 일반적으로 1 미만일 때는 갚아야 할 이자비용보다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더 적음을 뜻한다.
4일 코스피 시총 상위 주요 50개 기업 중 제조업과 비교가 불가능한 금융업(8곳)을 포함해 17곳을 제외한 34개사의 3분기 이자보상배율을 조사한 결과 1 미만인 기업은 SK하이닉스와 대우인터내셔널 두 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자보상배율 수치가 낮아진 기업은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강원랜드, 현대건설, 고려아연, SK, 현대건설, 기아차, 현대차 등 9곳에 불과해 1년 새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양호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 가장 높은 곳은 709를 기록한 강원랜드였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이 246로 뒤를 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상반기에 금융비용 제로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대표적으로 현금흐름이 안정된 기업으로 꼽힌 바 있다.
재무건전성이 보다 양호하다고 꼽을 수 있는 이자보상배율 10 이상인 기업은 강원랜드,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해 삼성전자(54), 현대차(19), 기아차(21), LG화학(14), NHN(18), LG(14), S-OIL(10), LG생활건강(15), 삼성중공업(11), 삼성전기(18), 삼성SDI(34), 삼성엔지니어링(13), 현대위아(11) 등 15곳에 달했다.
기업들이 경기를 낙관적으로 여기지 못하고 기업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선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면 차입 비중이 높아져 이자보상배율은 낮게 나오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이자보상배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기업들이 현금흐름에 대해 신경쓰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경기에 대해서 낙관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늘렸다면 이자보상배율은 개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최근 기준금리가 내려가서 이자가 낮아진 부분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몇몇 기업들은 채무 조정을 위해 고이자 상품에서 타 상품으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이자보상배율 조사는 각사 손익계산서 확인 후 삼성전자와 기아차 한국전력은 이자비용으로, 나머지 기업은 금융비용으로 구했다. 통상 이자비용과 금융비용은 이자보상배율을 구할 때 혼용해서 쓰이지만, 금융비용에는 외화손차입 비용도 들어가기 때문에 다소 이자보상배율 수치 변동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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