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 Q스쿨 사상 최연소로 합격한 김시우. 나이가 적은 것이 족쇄가 될 수도 있는 딜레마에 빠졌다. [세마스포츠]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골프 속언 중 ‘홍길동 온’이 있다. 어프로치샷이 그린 프린지에 떨어질 경우를 일컫는다. 퍼터로 처리할 수 있기에 ‘온’과 진배없으나, 엄밀히 따지면 ‘온’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4일 끝난 미국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에서 역대 최연소로 합격한 김시우(안양신성고2)가 딱 그 케이스다. 그 어렵다는 Q스쿨을 통과했으니 좋아해야 하겠지만, 안을 보면 별 실익이 없는 까닭이다.
미PGA투어는 만 18세 이상 선수에게만 멤버자격을 부여한다. Q스쿨에는 18세 미만이라도 응시할 수 있지만, 18세가 넘어야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다. 김시우는 1995년 6월28일생이다. 2013년 6월28일 이후에 투어 대회에 나갈 수 있다.
미PGA투어는 내년에 체제가 바뀌어 7월 이후에는 ‘신인’이 뛸 수 있는 대회가 몇 개 안된다. 김시우가 18세 넘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많아야 5개다. 그 적은 대회에서 상금랭킹 200위 안에 들어야 ‘더 파이널’에 진출할 수 있다. 4개 대회로 구성된 더 파이널은 시즌 상금랭킹 126∼200위 선수들이 출전한다. 여기에서 25위안에 들어야 2014년 투어카드를 받을 수 있다. 올해말로 역할이 끝나는 Q스쿨의 대체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김시우는 신인인데다 대회 출전 경험이 적어 상금랭킹 200위안에 들지, 들더라도 더 파이널에서 25위안에 진입할 지 불투명하다.
만 18세 이전이라도 그가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길은 있다. 스폰서 초청을 받거나 월요예선을 통과하면 된다. 그러나 내년부터 스폰서 초청은 대회당 2명으로 제한된다. Q스쿨이나 2부(웹닷컴)투어 선수들을 초청해 출전시키라는 투어의 지침때문이다. ‘무명’에 가까운 그를 초청하려는 스폰서가 있을 지도 의문이다. 카밀로 비예가스, 토드 해밀턴 등 Q스쿨에서 탈락했지만, 지명도가 높은 선수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대회 당 한 두 명을 뽑는 월요예선도 Q스쿨 못지않은 ‘바늘구멍’이다. 더욱 그가 스폰서 초청이나 월요예선을 거쳐 나가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페덱스컵 랭킹에 반영되지 않는다.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김시우에게 최선의 길은 내년 상반기 투어의 ‘2류 대회’에 나가 우승하는 것이다. 올해 ‘신인’ 존 허가 톱랭커들이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나가느라 대거 빠진 마야코바클래식에서 우승했듯이 말이다. 그러지 못하면 그는 미PGA 투어카드를 지니고 있어도 멤버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2014년엔 투어카드를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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