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 모 씨(31)의 고민이다.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외식시장이 얼어붙은 판국에서 내놓은 정부의 금연정책은 자신과 같은 외식업주 들에겐 ‘이중고’를 안기는 발상이라는 게 서 씨의 전언이다. 서 씨는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오는 일반 음식점이면 몰라도 술집에까지 똑같은 법을 적용하는 것은 과한 것 아니냐”며 정부 금연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접흡연 피해를 방지하고 청소년 대상 흡연 유인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 오는 8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안은 150m² 이상의 식당, 호프집, 커피점 등 이른바 ‘음식점’을 추가로 금연지역으로 선정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내년 1월부터는 100m² 이상으로 법 적용을 확대하며 오는 2015년에는 면적에 제한 없이 모든 음식점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한다.
이 같은 정부의 개정된 법 시행을 앞두고 외식업계의 주름살은 깊어지는 상황이다. 흡연자들의 발길이 끊어질 경우 외식업계 매출 감소는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업주들은 흡연실을 설치할지에 대한 여부가 가장 큰 고민으로 꼽힌다. 장기불황으로 매출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껴도 모자를 판에, 굳이 안 써도 될 흡연실 설치 비용을 지출해야 할 상황에 놓여 업주들로선 부담이다. 흡연실 설치에 따른 매장면적 감소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길환 한국외식업중앙회 중구지회 경영지원본부장은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업계, 특히 주점의 반발이 심하다”며 “외식업 중앙회에서 정부에 여러차례 건의문을 보냈지만 먹히지 않았다. 결국 대부분의 업소가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흡연실을 설치하겠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괄적용이 아닌 개정법의 확대적용을 두고도 논란이다. 이 본부장은 “150m² 이하 음식점의 경우 흡연구역 지정이 늦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반짝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대적으로 이전에 법 적용을 받는 150m² 이상 음식점 점주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말했다.
150m² 이하, 이른바 중·소형 음식점 업주들도 할 말은 있다. 말 그대로 ‘반짝 특수’라는 것.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작은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전 모 씨(45)는 “면적이 넓은 음식점들은 내부에 흡연실이라도 만들 수 있지만 작은 음식점의 경우 설치할 공간이 부족해 꿈도 못꾼다”며 “어차피 면적에 상관없이 결국엔 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부에 흡연실이 있는 곳과 업는 곳 중 어느 곳으로 손님이 더 몰리겠느냐”며 반문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식업계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금연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금연정책 정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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