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 7월 한·스위스 조세조약 발효 뒤 거둔 첫 성과로 앞으로 국내 거주자들이 대량으로 은닉한 스위스 비밀계좌가 계속 밝혀질 전망이다.
7일 국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스위스 국세청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스위스 금융회사에 비밀계좌를 둔 역외 탈세범을 적발해 5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하고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최근 상장폐지 된 코스닥 상장법인 대표 김모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제3국 국적의 한국인 변호사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회사 자금을 빼돌려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홍콩의 상장법인 주식을 사들였다.
국세청은 김씨의 개인 장부와 회사 서류를 뒤져 비밀계좌를 개설한 스위스 금융회사의 이름과 계좌 번호를 찾아냈고, 스위스와의 조세조약을 활용해 이 계좌의 자금 입출금 내역을 알려달라고 지난 8월 스위스 국세청에 요청했다.
스위스 국세청은 두 달 뒤인 지난 10월 거래 내역 정보를 한국에 제공했고, 한국 국세청은 김씨의 역외 탈세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국세청은 김씨가 200억원대의 양도차익을 스위스 계좌에 숨겨두고 지인 명의로 세운 유령회사가 차입하는 형태로 모두 국내로 반입해 빼서 쓴 사실도 확인했다. 국세청은 다른 역외 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금융 정보를 추가로 스위스 국세청에 요청한 상태이며, 일부는 이미 금융 정보를 건네 받아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스위스 양국은 상대국 국세청이 탈세한 혐의가 있는 사람의 금융 계좌 정보를 요청하면 이를 반드시 제공하도록 하는 조세조약을 체결했고 이 조약은 지난 7월 25일 발효됐다.
종전에는 고객의 금융 비밀을 지켜주는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열면 금융 거래 내역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탈세가 의심되더라도 처벌할 방법이 없었다.
올해 해외계좌 신고 내역 가운데 스위스계좌 신고액이 작년 73억원에서 올해 1003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한·스위스 조세조약이 발효돼 조세정보 접근이 가능해지고 역외탈세 조사의 성과가 가시화한 점이 고액계좌 보유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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