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침체에도 좋은 실적을 낸 전자·자동차 대기업 직원들은 두둑한 보너스 봉투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정유·철강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기업 규모로 보면 삼성, 현대기아차, LG 등 재계 ‘공룡’들이 많은 성과급을 나눠주지만 나머지 그룹은 대체로 지갑을 닫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올해도 ‘보너스 잔치?’…LG·현대차도 ‘기대’=9일 산업계에 따르면 가장 성과급 전망이 밝은 기업은 삼성전자다.
올해 매출액 200조원, 영업이익 25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생산성 격려금(PI)을 지급하고, 연간 이익이 목표를 넘어서면 초과이익의 20% 안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일시불로 초과이익분배금(PS)을 나눠준다.
이에 따라 갤럭시 시리즈로 회사 전체의 매출과 이익 성장을 견인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직원들은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무선사업부는 올해 초에도 PS로만 연봉의 50%를 받았다.
다만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전 부문은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고, 금융·건설 부문 계열사들도 보너스를 챙기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그룹도 전자, 화학, 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의 올해 실적이 대체로 개선될 것으로 보여 성과급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특히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성과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지시로 인센티브 제도를 손질하는 것으로 알려져 당장 이번 성과급부터 반영될 것인지 주목을 받는다.
글로벌 ‘톱5’에 오른 현대기아차는 연말연초 성과급은 따로 없지만 여름에 타결한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상당액의 성과급을 나눠주고 있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임단협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통상급 대비 500%와 960만원의 성과·격려금 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타결 직후인 10월말 대부분의 성과급을 분할해 지급했고 나머지 250%의 성과급은 연말에 줄 예정이다.
한국지엠도 연말 600만원의 성과급을 나눠주기로 한 반면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성과급을 주지 않기로 했다.
항공업계는 꾸준한 여객 수요 증가로 흑자를 기대하고 있지만 4분기 실적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아직은 성과급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3분기에만 3천1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작년보다 경영실적이 나아졌지만 올해 누계로 당기순이익을 내야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어 연말 실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업규제·경기침체’에 추운 유통업계…철강·정유도 찬 바람=유통업계는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와 불황으로 실적이 부진해 넉넉한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올해 매출은 5개월(4~8월) 연속 지
난해보다 감소세를 기록했다.
9월에는 추석 특수 등으로 작년 동기보다 0.2% ‘반짝’ 증가했지만 10월에는 다시 6.6% 감소세로 돌아섰다.
백화점 또한 지난 6월 이후 줄곧 지난해 같은 달보다 월별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내년 1월말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실적 부진으로 봉투가 두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 관계자는 “연간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일정 비율을 나눠주고 있지만 올해는 실적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세계 그룹 역시 내년 1~2월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연말 결산을 해봐야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기업들은 작년에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예년보다 적은 성과급을 받았는데 올해는 더 상황이 나빠지리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유럽 등 세계 경기침체로 수요 감소에 시달리는 철강업계는 역시 성과급을 많이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는 영업이익의 5.5%를 매년 8차례에 걸쳐 경영성과급 형태로 나눠주는데 올해 실적은 좋지 않은 편이다.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둬 기본급의 300~500% 수준의 보너스를 받았던 정유업계의 성과급 봉투는 올해 가벼워질 전망이다.
SK에너지는 2분기 적자로 실적이 주저앉아 상여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고, 지난해 퇴직금 중간 정산과 성과급으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받았던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임직원들도 ‘추운 겨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정유사들에 비해 괜찮은 실적을 거둔 에쓰오일은 작년 못지 않은 성과급을 기대하는 눈치다.
화학업체들은 대체로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줄어 성과급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작년 2조8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LG화학은 올해 3분기까지 1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치고 있다.
한 화학업체의 관계자는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아 지급 유무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나온다고 해도 봉투가 두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부진해 성과급 전망이 밝지 않다.
원가 상승 등으로 해외사업의 마진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역대 최고 수주 실적을 올리고도 성과급은 못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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