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부는 내년도 국세 세입예산을 216조4000억원으로 잡아놓고 이 가운데 국세청이 징수해야할 몫으로 204조원 규모를 책정한 상황이다. 국세 세입 94%가 국세청 몫인 셈.
국세청으로서는 이현동 청장의 향후 거취가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 전임 청장의 마지막 행적을 보면 후임 청장의 취임 초에 가해지는 압력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임 국세청장들이 임기를 불과 1년도 채우지 못했던데 반해 이 청장은 비교적 순탄하게 2년을 넘기고 어느덧 정부 교체 시기까지 국세청을 이끌어왔다.
이 청장은 지난 2010년 8월 취임 후 ‘성실납세 기반 확립’과 ‘공정과세 구현’ 등의 기치를 내걸고 세수 증대에 힘써 지난해 역외탈세 추징 세금은 총 9637억원에 이르고, 고액체납 특별전담반이 추징·국고로 귀속시킨 세금은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청장의 공이 적지 않은 셈이다.
조기명퇴제란 다른 정부 부처에는 없는 국세청만의 독특한 ‘인사문화’로 4급 이상 중간 간부들을 대상으로 2년 앞당겨 조기 명예퇴직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조기명퇴제에 대한 논란은 해마다 그치질 않고 있다.
이 청장도 올해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기명퇴제를) 심사숙고한 후 방향을 정하도록 하겠다”며 “원칙에 벗어나는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결국 조직 기강을 다잡기 위해 ‘조기 명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어 그는 이달 7일 전국 지방국세청장과 조사국장, 감사관들을 소집해 비공식 회의를 열고 “지금은 민감한 시기인 만큼 공직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의 이런 발언은 국세청 수장으로서 대선 열기가 고조되면서 해이해질 수 있는 직원들에 대한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검찰 일각에서 드러난 각종 추문과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기강단속 차원으로 보인다.
이처럼 임기말 강력한 조직 장악력을 보이고 있는 이 청장에 대해 관가에서는 새정부 출범으로 물러날 경우 다른 사정당국의 수장 자리나 로펌 및 회계법인의 고문으로 위촉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인사권자가 인사카드 활용하는 것과 회의때 구두로 경고하는 것 만큼 조직 기강잡기에 효과적인 것은 없다”며 “국세공무원들은 후배들을 위해 한해 먼저 용퇴하는 것이 독특한 관례였는데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겠지만 조직의 특성상 (용퇴하는 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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