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많이 춥다 그리고 배고프다"..서민들 유례없는 한파에 '삼중고'

  • 자영업자, 손님 ‘뚝’..등유값 올라 운영난<br/>산지작업 지연·운송문제 등 밥상물가 들썩

아주경제 김진오·김정우·신희강 기자= "춥다, 많이 춥다 ,그리고 배고프다." 유례없는 12월 강추위가 몰아치는 가운데 경기침체, 기름값, 밥상물가 등으로 서민들이 '3중고'를 겪고 있다. 27년 만에 찾아온 한파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실내등유 등 서민 연료마저 고공비행을 지속하면서 서민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를 밑돈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 시장. 이곳에서 10여년째 여성복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45)씨는 올 겨울 계속될 한파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씨는 “난방용 등유가격은 오르는데 매출은 떨어지고 정말 죽을 맛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폭설을 동반한 혹한의 날씨에 손님들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친 데다, 실내용 등유 가격마저 올라 극심한 운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웬만해서는 난방기를 껐다 켰다 반복하면서 하루를 버티는 편"이라며 "하지만 손님들이 너무 춥다고 가게로 들어오려고 하질 않아 요즘 같은 동장군에는 온종일 가동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009년 ℓ당 900~1000원대에 판매되던 실내등유는 2010년 1100원으로 인상된 데 이어 지난해엔 1300원까지 올랐으며, 올 들어서는 1400원대로 치솟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실내등유 값은 지난해 11월의 경우 ℓ당 1365.43원이었지만, 올해 11월에는 1393.19원으로 ℓ당 30원가량 올랐다.

전통적 서민 연료인 LPG 가격도 프로판의 경우 작년 12월 첫째주 ㎏당 2016원에서 올해 12월 첫째주에는 2113원으로 103원이 올랐고, 부탄도 지난해 2276원에서 올해 2372원으로 100원 가까이 상승해 난방연료 가격 부담이 커졌다.

농산물값 폭등도 민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계속되는 한파에 산지작업 지연 및 도로사정에 따른 운송문제 등으로 밥상물가가 들썩이고 있는 것. 특히 겨울 김장철을 맞아 치솟기 시작한 배춧값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매시장에서 이날 거래된 배추 가격은 1㎏당 1130원으로 전월 대비 52%나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배가량 높은 가격이다. 늦게 김장을 할수록 배춧값이 떨어지면서 이득을 볼 것이라는 정부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당초 정부는 김장철을 맞아 올 여름 태풍 탓에 배추 수확이 늦어지면서 12월에 배추 물량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도매시장 관계자는 "올 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배춧값이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철을 맞은 감귤은 날씨의 영향과 함께 수요량도 급격히 증가하면서 상품 3㎏이 전월보다 1000원가량 오른 1만5000~1만6000원 사이에 거래됐다.

딸기의 경우도 가격이 소폭 하락했으나 연말 성탄절 케이크와 선물용 수요가 증가할 것을 감안해 산지에서 출하량을 조절하고 있어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판단된다. 이밖에 오이, 무, 파, 당근 등 전반적인 채솟값도 한파로 인해 점차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시설채소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는 이유는 겨울철 들어 산지 출하량이 줄어든 데다, 최근 갑작스러운 추위와 폭설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의 경우 대부분의 채소 출하량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가격이 평년보다 높게 형성될 전망"이라며 "강추위가 길어지면 기름 수요가 늘어나고 농산물 가격이 올라 물가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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