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BOE)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65개 조항의 공동 규제방안에 합의하고 특정국 감독기관이 여러 나라에 자회사를 거느린 글로벌 은행의 건전성 감독을 총괄하기로 했다.
마틴 그룬버그 FDIC 회장과 폴 터커 BOE 부총재는 대형은행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터커 부총재는 "한 대형은행의 부실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이 사안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실패한 은행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해당 은행의 주주와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리먼브라더스의 붕괴 이후 유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같이 규제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을 때 미국 금융당국이 여러 국가에 퍼져 있는 계열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갖지 못해 효율적인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독규정은 미국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중요한 글로벌 은행(GSifi)’으로 지정한 28개 대형은행에 적용된다. 이 가운데 12개 은행의 본부는 미국과 영국에 위치해 있다.
앞으로 글로벌 은행에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하면 주주들이 우선 갚고 나머지는 채권자들이 떠안는다. 은행이 부실 위기에 처하면 경영진을 해고하고 주주들이 손해를 감수하도록 했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때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납세자들의 부담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부실 책임은 납세자가 아닌 경영진과 주주가 져야 한다는 얘기다.
감독기관은 부실은행의 경영진을 문책하고 은행의 건전한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게 됐다. 대형은행들은 대규모 손실에 대비한 완충 장치로 지주회사에 충분한 안정 기금을 의무적으로 확보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규제안이 미국은행보다 영국 은행에 더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부실 규제에 대처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 은행들은 유럽연합(EU)에서 규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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