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날 충남 아산의 삼성 탕정공장. 당일 작업을 마무리 짓던 중 갑작스런 어둠이 휩싸이며 모든 생산공정기계가 가동을 멈췄다. 연중 24시간 내내 뜨거운 쇳물을 유지하기 위해 숨을 내쉬던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고로도 갑자기 숨을 죽였다.
이는 올 겨울 ‘블랙아웃’이 발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가상 시나리오다. 기업들은 갑작스런 정전으로 불량 생산, 원재료 손해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하소연 할 곳이 없었다.
13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난방용 수요가 증가해 수요관리전 일평균 예비전력이 350만kW에 불과했다.
유례없는 한파와 가동중단 원전(영광5,6호기)으로 올 겨울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지난해 1시간의 순환정전으로 2000만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벌써부터 블랙아웃 조짐이 보이는 올 겨울 피해액은 2배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갑작스런 상황에 전력이 끊어지더라도 기업들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설비는 외부에 노출돼 있어 언제든지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전력중단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전의 경우 전기공급 약관에 정전사태에 대한 면책조항이 명시돼 있어 대부분의 경우 한전이 손해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정전사태에 불구하고 기업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폐가스를 활용해 자가발전율을 높이고 심야 전력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면서 “중저온 가스를 자가발전에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중에 있다”고 밝혔다.
삼성 역시 지난해 정전사태를 계기로 정전을 대비한 메뉴얼을 세분화하고 정전 대응을 강화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사무실 전력을 줄이고 핵심 설비에만 우선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겠다”면서 “또한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보급을 확산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일종의 비상 배터리인 무정전 전원공급장치는 최대 30분까지 정전에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무정전 전원공급장치의 가격은 대당 수억원에 달해 비용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력이 끊기면 기업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전력이 어느때보다 불안한 이 시점에 각자 대응을 강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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