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피해가지 못하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로 추락했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2%대로 낮아진다는 전망이 주류를 이룰 정도로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서도 '경제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경제민주화 등 기업규제 정책의 강도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그러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 입장에서 마냥 반가워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기업들은 기존 순환출자 구조를 인정키로 한 만큼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는 생기지 않겠지만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다양한 규제 정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유엔은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2.4% 수준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으며, 중국도 7%대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경제 회복이 더딘 가운데 신흥국 경제 성장세까지 둔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무라와 도이체방크, 메릴린치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모두 2%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2%대 초저성장 시대로 진입한 만큼 새 정부의 최대 과제는 역시 경기 활성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기업투자 확대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1일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업이 주역이 돼 실물경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며 "기업 투자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책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고 경제민주화의 방향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업 투자는 위축될 것이다.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지 않으면 경기 활성화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08년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들을 물리치고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으며 현대·기아차는 신흥국 시장을 적극 개척하면서 세계 4대 자동차 메이커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꾸준한 노력이 위기를 맞아 글로벌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특허소송과 미국·유럽의 무역장벽 강화, 현대·기아차 연비 논란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들의 기를 살려주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현재 대내외 경제 상황에서는 내년 출범할 새 정부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며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 활력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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