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박근혜 시대> “중산층, 000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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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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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지승 기자= # “집 한 채 장만하려고 평생을 일했죠.” 윤 모씨(남. 54세)는 나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내 집 마련’ 으로 오로지 집을 사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서울에 34평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집 한 채만 있으면 노후가 보장되는 줄 알았는데 집 값이 떨어진데다 대출금을 갚느라 또 다른 빚을 내고 있다며, 오히려 집 때문에 먹고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집 값 거품 때문에 어느 정도 대출을 받지 않고서는 집을 구입할 수 없는 구조”라며 “애초부터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책정된 집을 비정상적으로 얻은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당장 불어나는 이자도 문제지만 치솟는 물가 때문에 생활비도 부담스럽다며 새 정부가 부동산 대책 마련 뿐 아니라 물가 안정에도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 분당에서 작은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남. 49세)는 "주변의 가게 전체가 다 내놨다고 할 정도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나마 우리 가게가 이 동네서 장사가 잘되는 편인데도 이렇게 혼자서 맥주를 마시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그는 주변 상인들이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싼 임대료’를 꼽았다. 건물 자체가 처음부터 비싸게 분양돼 건물 주인들도 비싼 임대료를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주변에 비슷한 가게가 망하고 또 생기는 현상이 반복돼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거품 뿐 아니라 ‘빚 권하는 사회’라는 말처럼 너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문제라며 일방적인 대출보다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나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 오금동에 사는 28년차 주부 황모씨(여. 54세)는 대학을 졸업한 자녀가 2명 있지만 여전히 뒷바라지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두 자녀를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까지 졸업시켰지만 취업이 안돼 여전히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있는 상황. 자녀들은 취업을 하려면 남들 다 하는 스펙을 쌓는 등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적 여유도 없을 뿐 아니라 최저시급이 물가에 비해 낮아 빨리 취업하는 게 낫다며 전혀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녀들에게 남편 월급의 절반 가량인 200만원 정도가 지출돼 부담스럽다며 새 정부에 일자리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대내외 경기침체 여파로 이들처럼 빚에 허덕이는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에 집값, 등록금, 물가, 일자리 문제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중산층 70% 재건’을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박 당선자는 “10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가 중산층과 서민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 이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경제의 허리를 튼튼히 할 수 없다”며 중산층 살리기를 선포했다.

구체적 공약으로는 △국민행복기금 조성 △프리워크아웃 확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20만호 행복주택 프로젝트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금융부채 탕감이 도덕적 해이와 국가 채무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가계부채, 소비위축의 문제는 서로 맞물려 있는 문제로, 경기가 살아나려면 어느 한 부분의 회복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이자율을 낮추는 등의 혜택을 줄 순 있지만,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럽게 경기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기적인 부양책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경기 회복 방안을 모색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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