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패트롤> 박근혜와 고복격양(鼓腹擊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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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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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성군으로 유명한 중국의 요(堯) 임금이 어느 날 잠행에 나섰다가 노인들이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광경을 목격했다.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고, 우물을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 먹으니 임금의 힘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내용의 노래였다.

정치와 권력의 힘을 의식하지 않고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사는 모습을 본 요 임금은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며 태평성대를 누린다는 의미의 '고복격양(鼓腹擊壤)'의 유래다.

치열했던 대선이 끝나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문재인과 안철수 등 야권 후보들이 정권교체와 새 정치 구현을 기치로 내걸고 대권에 도전했지만 국민들은 박근혜를 선택했다.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달라는 절박한 요구가 표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내년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과제는 경제위기 극복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로존 경제위기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회복 여부도 불투명하다.

국내적으로도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게 된 배경으로 산업화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도 무시할 수 없다. 대선 결과를 좌우한 50대 표심이 박근혜 쪽으로 쏠린 것은 1960~1970년대 세계 최빈국의 오명을 씻어내고 경제성장을 이뤄냈던 향수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박근혜 당선인이 아버지와 같은 추진력을 발휘해 경제위기를 극복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그 이상의 리더십을 희망한다.

장자는 물고기 비유를 통해 왕도정치를 설명했다. 어쩌다 뭍으로 올라오게 된 물고기는 물을 조금씩 뿌려주는 이에게 고마음을 느낀다. 하지만 강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는 누구 덕분에 살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이처럼 누가 통치를 하는지 백성들이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는 사회야말로 왕도정치가 구현되는 사회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국민은 물을 뿌려주기를 바라는 물고기 신세와 같다. 삶이 너무 고단해 정치 지도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5년 후에는 국민이 강과 바다를 찾아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 언론들은 박근혜 당선인의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뛰어난 중국어 실력 만큼이나 고복격양의 의미를 잘 헤아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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