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 만난 박근혜, 수출+내수 함께 가는 쌍끌이 강조한 의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6일 여의도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회장단 17명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정준양 포스코 회장, 이준용 대림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박근혜 당선인, 허창수 전경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강덕수 STX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류진 풍산 회장 (사진제공=전경련)
아주경제 박재홍·한지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재계 관계자들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수출과 내수가 함께 성장하는 이른바 '쌍끌이 경제'인 '근혜노믹스'의 방향을 제시했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 지원 일변도였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에서 탈피해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중심의 정책을 펴기로 했다. 또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기업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날 박 당선인은 대기업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박 당선인의 축하 인사를 전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리해고와 골목상권 침해, 과도한 부동산 매입 등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며 이른바 '박근혜식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이날 오전 여의도 전경련 회의실에서 진행된 회장단 간담회에는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 회장을 비롯,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구본무 LG그룹, 최태원 SK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정준양 포스코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 15명이 '총출동' 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현재 해외 체류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대기업도 좀 변화해주시길 바란다는 마음"이라며 "앞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라든가 정리해고부터 시작할 게 아니라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지혜와 고통분담에 나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 좀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이나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서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일도 자제했으면 한다"며 "서민들이 하고 있는 업종까지 재벌 2·3세들이 뛰어들거나, 땅이나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 당선인은 "지역상권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는데 대기업이 오랫동안 어렵게 만든 상권을 뺏는 식으로 돼선 안 된다"며 "대기업은 글로벌 해외기업을 상대로 경쟁해야지, 우리 중소기업 골목상인의 영역을 뺏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입장에 재계에서는 적극적인 협력의지를 강조하면서도 과도한 규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서 더 많은 시장을 확보하고 투자를 확대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과거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극복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구축해 승자도 승복할 수 있는 정정당당한 경쟁이 이뤄지고 패자가 소외되지 않는 국민행복 시대의 초석이 되겠다"고 적극적 협력 의사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경제민주화가 흐름인건 맞지만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역기능이 있는 한편 순기능도 있다"며 "공약 사안 중에 순환출자와 관련한 제도를 다시 한 번 재고해 달라"는 제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한 박 당선인의 답변은 없었다고 간담회에 동석한 조윤선 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일시적인 금융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는 제안도 나왔다고 조 대변인은 전했다.

박 당선인이 이날 재계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며 경제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대선 기간 당시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불공정거래와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동시에 펴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박 당선인은 전경련 방문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를 찾는 등 서민층과 중소기업 민심 끌어안기에 나섰다.

그는 "경제를 살리는 일이야말로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큰 책무이고 그 중심에 '9988(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 수가 99%이고 전체 근로자 중 중소기업 종사자가 88%라는 의미)'의 중소기업 살리기가 있다"며 "이제는 중소기업이 경제의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거듭나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박 당선인이 대선 후 첫 정책 행보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확대 의지를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박 당선인은 그동안 중소기업 업계가 건의해 왔던 3불 해소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처벌 강화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으며 꼭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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