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내년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을 경기부양책이 저성장 기조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4%대 경제성장률은 서민경제를 살리기 힘들다는 판단도 수반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3년째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만들면서 경기침체 장기화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내년 경제성장률 4%대로 내다봤다. 하반기 실물 경기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자,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그러나 10월 이후 각종 경제 전문기관에서 3%대 저성장 기조를 전망하면서 정부도 마냥 4%대를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새 정부에서 민생경제에 초점을 맞춘 것도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는데 부담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새 정부 출범 직후 강력한 민생경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3%대 저성장 기조는 예산 확보나 재원 충당에 적잖은 부담을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냥 4%대 경제성장률을 내세우기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새 정부도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비한 방안을 마련하고 3%대 저성장 기조를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정부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올해 2.1%, 내년 3.0%로 낮춰 잡았다. 특히 내년 1분기 경기침체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미국 재정절벽 발생과 부채 한도 합의실패 우려, 스페인 대규모 국채 만기 도래,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 미이행, 이탈리아 총선 등이 국제금융시장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재정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정부의 내년 경기성장률 전망이 예년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민간 경제 전문기관보다 더 보수적인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주로 민간 경제 전문기관에서 행해오던 보수 성향을 정부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기획재정부의 내년 경제성장률 3.0% 기조는 국내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다. 그만큼 내년 경제 성장에 변수가 많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밖에 현대경제연구원(3.1%), LG경제연구원(3.4%) 등 민간 경제 전문기관보다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말 내놓은 3.1%보다 아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3.6%와 차이가 난다. 지난달 말 현재 국외 투자은행(IB) 10곳의 평균 성장률 전망치(3.0%) 수준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바클레이(3.0%), 시티(3.4%), 골드만삭스(3.4%), JP모건(3.2%), 모건스탠리(3.7%) 등보다는 낮거나 같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무역채널을 통해 실물 경제 자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됐다”며 “당초 4.0% 전망에서 1%포인트 낮춘 것은 경제 회복 지연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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