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명실상부한 ‘골프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올해 몇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KB금융컵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에서 한국 대표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동료를 응원하고 있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한국 골프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남녀 선수들의 경기력과 골프 열기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 반면 골프장과 골프장입장료(그린피)에 붙는 세금, 골프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인식, 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원 등에 대한 ‘골프 금지령’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어두운 면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모순에서 벗어나 ‘골프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2013년에 해야 할 일은 많다.
골프인들은 무엇보다 골프에 부과되는 과중한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골프장에는 일반세율의 4∼20배에 달하는 세율이 적용된다.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에서 골프장은 버젓한 체육시설인데도 세금을 매길 때에는 사치성·사행성 시설로 분류하는 불합리가 약 40년째 지속되고 있다.
골프장들은 골프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취득세·종부세·재산세 등에서 턱없이 많은 세금을 낸다. 골퍼들은 회원제골프장에 갈 때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라는 명목으로 2만1120원을 내야 한다. 간접세까지 포함할 경우 골퍼들은 골프장에 한 번 갈때마다 6만∼7만원의 세금을 낸다. 4∼5시간 운동하는데 그만한 세금을 내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러다 보니 그린피는 올라가고 골프대중화는 멀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회원권 분양이 안되면서 공사 중지, 인수 합병, 도산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세금을 내지 못해 지난해초부터 1년여째 문을 닫고 있는 가산노블리제CC가 대표적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골프 금지령도 후진적인 발상이다. ‘민원해결 골프’나 ‘접대 골프’를 우려해 그런 발상이 나왔을 법하나, 그 조치의 피해는 골프업계에 돌아간다. 주말이나 휴일에 제돈 내고 골프장에 가는 공무원이나 기업인들을 막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개인 운동이지만, 단체로 기량을 겨루는 경기도 많다. 미국-인터내셔널(유럽 제외)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은 라이더컵과 더불어 세계골프의 양대 단체전으로 불린다. 2년여 후인 2015년 프레지던츠컵은 한국에서 열린다. 그런데 아직 대회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 대회 특성상 새 대통령이 관여되기 때문에 미뤄졌다고는 하나 늦어도 새 정부 출범초기에는 장소를 확정해야 빈틈없이 준비할 수 있다. 프레지던츠컵이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한국이 처음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해 회장 선임을 놓고 파행을 거듭해온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도 올해는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것은 물론 더 분발해야 한다. 미국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에서 2년연속 2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한 국가는 미국과 한국 뿐이다. 한국 남자골프의 위상은 그만큼 높아졌다.
그러나 국내로 눈길을 돌리면 현안이 산적해 있다. 프로골퍼 출신인 황성하 신임회장이 전임 박삼구회장처럼 KPGA투어 대회수를 연간 20개 정도로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 대회가 활성화돼야 ‘스타 선수’가 나오고, 그들이 미국·일본투어에 진출해 한국골프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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