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 벽두. 힘찬 새해가 밝았지만 세계 경제에는 여전히 짙은 먹구름이 끼어있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은 여전히 저성장의 길을 걷고 있고, 유럽의 경기불황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의 침체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2008년 미국에서 불어온 글로벌 금융위기에 겹쳐 2010년 심화된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그동안 세계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을 받았던 러시아, 인도, 브라질의 경기 역시 침체된 분위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전세계에 퍼져가고 있다. 전세계 자금은 중국시장을 주시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현지진출 노력 역시 매섭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공격경영 역시 매섭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인접한 거대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우리기업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필사적이다. 하루가 달리 변화되는 현지 소비자의 구매스타일과 분화되는 소비자욕구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보다 밀접한 현지화의 길을 강요하고 있다. 현지화의 필요성 때문에 일본 도요타도 중국 법인의 명칭을 ‘도요타 중국’에서 ‘중국 도요타’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현지화에 실패한다면 로컬기업들의 추격에 발목이 잡힌다. 주요 기업들의 2013년 전략에서 짙은 긴장감이 묻어나오는 이유다.
2012년 9월 개최된 삼성전자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서 이규형 주중대사, 자오러지(趙樂際, 당시 산시성 서기) 공산당 조직부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둘때부터)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 삼성 - 시안반도체, 쑤저우LCD공장 완공 앞둬
올해 삼성전자의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과 삼성 디스플레이의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공장, 그리고 장쑤성 우시(無
錫)에서의 유리기판 공장이 완공된다.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일제히 결실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우선 2012년 9월 삼성전자가 산시성 시안의 고신공업개발구 140만㎡ 부지에서 기공식을 하고 건설에 들어간 반도체 공장은 올해 말 완공된 후 내년(2014년) 초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이 공장에는 차세대 10나노급 낸드 플래시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삼성은 시안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초기에 23억 달러를 투자하며 이후 단계적으로 투자를 늘려 총 70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의 역대 중국 투자중 최대규모다. 또한 시안 공장은 삼성이 미국 오스틴 공장에 이어 해외에서 두 번째로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이다.이 공장은 풀 가동되면 300㎜ 웨이퍼 기준으로 월 10만 장분의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
부품 및 장비 업체 등의 시안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160여 개 삼성전자 협력사들이 동반진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안 반도체 공장
은 풀 가동되면 2000명을 고용하게 되며 협력업체들을 포함한 직간접고용효과는 총 1만3000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쑤저우에 건설 중인 액정표시장치(LCD)라인 공장 역시 올해 말 완공되고 가동에 돌입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건설 중인 8세대 LCD라인을 위해 장비를 올해 초에 발주해 내년 8~9월께 중국에 반입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업황 악화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위해 탕정의 8세대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OLED 신규 공장 건설을 연기하고 LCD라인 중국 이전 대신 신규 라인 증설로 최종 결정했다.
생산 규모는 당초 8세대 패널 기준으로 매월 10만장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축소해 월 5만5000장 규모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 디스플레이는 올해 말 생산된 제품을 현지에서 직접 판매하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에 건설 중인 8세대 LCD 공장은 중국의 쑤저우공업원구와 TCL이 2011년 4월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당초 계획했던 7.5세대 투자를 8세대로 변경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미국 코닝이 합작해 만든 합작법인 역시 올해 가동된다. 합작법인은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기술과 코닝의 정밀유리기술을 활용해 유리기판을 제작, 쑤저우의 삼성 LCD 패널공장에 공급하게 된다. 투자금액은 총 6억달러로 양사가 각각 3억달러씩 부담했다.
기아차가 지난해 6월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 경제기술개발구에서 개최한 기아차 중국3공장 기공식에 앞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측)이 장쑤성 뤄즈쥔(羅志軍) 서기와 옌청시 영빈관에서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 현대차 - 173만대 넘어 200만대까지
올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가동에 돌입한 베이징 현대차 3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현재 건설중인 기아차 옌청(鹽城) 3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베이징 4공장 건설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에서 건설중인 승용차공장도 내년 완공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는다.
우선 기아차는 폭발적으로 커지는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아차 중국 제3공장을 지난 6월 착공했다. 연산 30만대 규모이며 내년 상반기 완공예정이다. 3공장이 완공되면 기아차는 옌청에 있는 기존 1공장 14만대, 2공장 30만대에 더해 중국에서 연 74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기아차 중국 3공장은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엔진, 모듈 공정을 갖춘 최첨단 완성차 생산설비뿐 아니라 기술연구소, 고속 주행 시험장(길이 1960m) 등 연구시설까지 갖춰 중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모델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3공장은 향후 중국 자동차 수요 증가에 대비해 40만대까지 생산규모를 확대할 수 있도록 공장 배치 설계를 완료했다. 이 공장은 2014년 상반기 본격 가동과 동시에 현지 전략 중소형 모델을 양산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기아차 제3공장이 완공되면 중국에서 ‘승용차 173만대 생산시대’를 열게 된다. 이는 오는 올해 상하이GM의 200만대 ,이치폴크스바겐의 166만대 생산능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중국시장 점유율(10%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는 2015년까지 2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하에 현대차 베이징 제4공장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이징에는 이미 협력업체가 대거 진출해 있고 자동차공장으로서의 인프라가 확보된 만큼 제4공장의 입지는 베이징이 확정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또한 6000억원을 투자해 건설중인 상용차공장을 내년 상반기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생산규모는 연간 16만대다. 공장은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위치한다. 쓰촨난쥔 기차유한공사와 각각 50%의 지분합작형식으로 진출한다. ‘쓰촨현대’는 트럭과 버스 등 완성차에서부터 엔진에 이르기까지 풀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쓰촨현대는 기존 난쥔기차의 생산설비를 인수·활용하는 한편 대규모 신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완공되면 트럭 15만대, 버스 1만대 등 총 16만대 규모의 완성차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하이닉스 중국 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
◆ SK - 차이나 인사이더 현지화 완성
SK차이나는 올해 구조개편을 통한 현지화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중국에 진출했던 사업군 중 부진했던 분야는 대폭 정리하고, 사업성이 밝은 사업군을 위주로 재편한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구조개편작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SK차이나의 총재에 중국인을 임명하고 중국인 전문가들을 대거 등용해 인적 현지화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차이나 인사이더’의 진면목을 보인다는 포부다.
2006년부터 시노펙과 공동으로 추진해온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소재 에틸렌 생산 공장 건설도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한 프로젝트는 중국 국무원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최종 비준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동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중국의 나프타 크래킹 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연산 80만톤 생산의 대규모 사업이다. SK차이나는 추후 이를 통해 에틸렌을 원료로 한 폴리프로필렌(PP) 등 다운스트림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태양광 모듈용 필름, LCD, 친환경 PET 포장재 등 용도로 쓰이는 특수필름 사업의 경우 SKC와 SK차이나의 협력을 통해 중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장수(江蘇) 지역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하여, 연산 약 3만3000톤 규모의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 외 SK차이나는 최근 렌터카 사업에 진출해 2015년까지 2만여대의 운영차량을 확보하고, 중국 렌터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 이상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또, 2010년 말에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 버스터미널 인허가를 획득하고 상가, 오피스텔 사업을 시작했다. SK는 선양 외에도 단둥 지역에 보세창고, 석유제품 저장기지 등을 운영 중에 있으며, 정유•석유화학 산업으로의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들은 올해 하나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의 중국내 현지화 역시 완성도를 더하게 된다. 하이닉스 우시(無錫) 공장은 중국내 반도체 공장 가운데 생산량과 생산기술 측면에서 최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우시 공장은 지난해 하이닉스 전체 D램 매출의 절반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개최된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廣州) LCD 공장 기공식에서 한상범 대표이사(왼쪽 넷째)와 이규형 주중대사(왼쪽 다섯째), 주샤오단(朱小丹) 광둥성 성장(일곱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LG - 스마트폰 대반격 지켜보라
LG그룹은 올해 중국내수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2년여간 휴대폰시장에서 고전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신제품인 옵티머스G가 세계 각국의 호평을 받으면서 중국 LG그룹에는 ‘다시 뛰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우선 LG전자는 글로벌 히트제품인 옵티머스G를 올해 상반기에 출시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다시한번 중국내에 LG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도 중국시장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가전분야에서도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내실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시네마스마트 3D TV가 현지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고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올해에는 기술 선도 제품인 84인치 울트라 HD TV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고가의 가전제품이지만 판매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가전 분야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것.
특히 TV제품중 전략적으로 첫 출시하는 OLED TV는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TV 시장에서의 우월적 위치를 확보해 나간다는 목표다. 지난해 출시한 도어인도어 냉장고와 DD 세탁기의 후속모델도 올해 출시된다. 현지 산업계의 요구에 맞춰 친환경적인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내놓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에서의 활약은 눈부시다.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는 현지 시장점유율 2위에 올라섰으며 1위 등극마저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더해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을 건설중에 있다. 지난해 5월 기공식을 한 광저우 공장은 올 한해동안 착실한 건설과정을 거쳐 내년 중반에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중인 공장은 광저우 첨단기술산업개발구 내에 위치해 있으며 부지는 69만5000㎡에 달한다. 신공장은 LG디스플레이와 중국 광저우개발구, 중국 최대 TV 제조사 스카이워스가 각각 70% 20%, 10%의 비율로 투자했으며 8세대 LCD를 생산해낼 예정이다.
2012년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에서 개최된 포스코 훈춘물류센터 기공식에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 쑨정차이(孫政才, 당시 지린성 서기) 충칭(重慶)시 서기, 이규형 주중대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넷째부터)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 포스코 - 대북사업, 파이넥스 급물살 타나
포스코는 올해 지린(吉林)성 훈춘(琿春) 물류기지를 완공한다. 또한 충칭(重慶)에서 추진중인 파이넥스 제철소 건설 역시 진전을 보일 것으
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포스코는 중국 연변(延邊)조선족자치주 훈춘시에서 국제물류단지 조성에 돌입했다. 총 1.5㎢의 부지에 조성되는 훈춘 물류단지는 2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으며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포스코가 80%, 현대그룹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훈춘 물류단지에는 광물자원, 자동차, 컨테이너 등을 옮겨 실을 야적장과 보관•가공•포장 기능을 갖춘 창고 등 각종 물류시설이 들어선다. 훈춘은 중국이 동해 뱃길 가동을 위해 부두 사용권을 확보한 북한 나진항과 북•중이 공동 개발키로 하고 지난해 6월 착공한 나선특구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국의 관문도시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2010년 지린성 정부와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두만강) 개방선도구 개발사업의 사회기반시설 건설 참여 및 훈춘 물류단지 조성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올해 포스코의 동북지역 물류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충칭에서 추진중인 파이넥스 제철소도 올해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철강업체 난립에 따른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업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환경오염이 적은 친환경 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포스코의 자랑인 파이넥스 공법은 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에너지 효율 제고를 통해 기존 고로보다 15% 정도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포스코는 이미 2011년 충칭강철과 합작으로 충칭에 파이넥스 공법을 활용한 신개념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현재는 발전개혁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충칭시 신임서기로 쑨정차이(孫政才)가 임명된 것은 포스코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쑨정차이는 지난해 포스코의 훈춘물류센터 기공식에도 참석하는 등 포스코와의 관계가 우호적이다. 파이넥스공법의 우수성에 더해 현지 네트워크가 긴밀한 만큼 충칭 파이넥스 공장 건설계획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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