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사업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지역을 풀어 국민에게 주변 시세의 절반인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정책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맞물려 주택시장 부진의 원흉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보금자리주택이 민간 주택 분양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대기 수요 증가에 따른 전셋값 상승과 주택 거래 위축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보금자리주택의 임대 비율을 높이고 공급 물량도 조절할 방침이어서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금난·주민 반발 등으로 사업 정체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 등의 토지를 활용해 무주택 서민에게 주변시세의 절반인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이번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는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서울·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에 걸쳐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자금난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9년 이후 2011년 말까지 전국 보금자리주택 공급 실적은 43만7000여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공급 목표치는 15만가구(사업승인 기준)였지만 LH와 지방공사를 포함한 사업승인 물량은 12만~13만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은 최대 56만7000가구로 목표치의 37.8%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속한 사업 지구 지정과 청약 등을 통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해야 하지만 사업시행자인 LH의 자금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태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입주에 따른 인근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한 해당 지구 지자체·주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재 보금자리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곳은 서울 강남(지난해 9월)·서초지구(지난해 12월)이다. 본청약을 실시한 곳은 하남 미사·고양 원흥지구 등이다. 시범지구만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하남 감북지구는 지구지정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고, 성남 고등지구의 경우 주민들이 보금자리주택 건설 사업을 취소하라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광명 시흥지구는 보금자리주택 물량 축소를 위한 사업계획 변경을 2년째 추진 중이다.
과천 지식정보타운과 고덕 강일지구는 지자체·주민간 갈등 끝에 지난해말 보금자리주택 축소 및 통합 개발 등으로 지구계획을 확정했지만 언제 최종 승인이 날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공공주택총괄과 관계자는 “2009~2011년 공급 물량은 해당기간 목표치의 95% 수준”이라며 “경기 침체와 LH 재무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손질되나
새 정부를 이끌 박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 기간에 “보금자리주택을 임대 위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재 60%선인 공공임대 주택 비율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 따르면 매년 45만가구에 대해 매입 임대 및 자금 융자 등 주거 지원에 나서고, 이 중 7만가구는 임대주택으로 짓기로 했다. 공공분양은 2만가구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목표치 중 분양주택이 5만5000가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또 그린벨트 해제 지역 보금자리지구 중 보상에 들어가지 않았거나 사전예약을 하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지구계획을 변경해 임대 주택 비중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금자리주택이 전면 임대 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주택 거래를 위축시킨 보금자리주택 분양형을 임대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박 당선인이 언급한 만큼 정책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취득세 감면 연장과 보금자리주택 전면 재검토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침체한 주택시장이 극적으로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공공 분양과 임대주택 공급의 적절한 배치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보금자리주택을 전부 임대로 전환하기에는 재원 부담이 너무 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LH가 분양과 임대를 도맡는 현재 체제에서 분양 부문을 민간으로 돌리는 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임대 비중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리한 공급 목표보다는 꼭 필요한 계층에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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