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밍바오(明報) 4일 보도에 따르면 난팡저우모가 2013년 신년 특집판을 제작할 당시 퉈전(庹震) 광둥성 당선전부장이 특집판 제목, 편집 디자인, 보도내용 등 세세한 것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심지어 제작 이후에도 몇 차례 수정을 요구하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다.
특히 특집판 제작 전 난팡저우모 총편집장은 수 차례 이 같은 ‘상부의 요구’를 기자들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번 특집판 신년축사의 경우 ‘중국의 꿈, 헌정의 꿈’이라는 본래 제목에서 최소 5차례 이상의 수정을 거쳐 결국 ‘우리는 어느 때보다 꿈에 가까이 다가갔다’는 제목으로 제작됐다. 또한 내용 중 ‘헌정’, ‘민주과학’, ‘평등자유’를 주장하는 단어들은 모두 삭제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베이징 7.21 폭우 재난을 재조명한 보도 역시 삭제되자 기자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내며 반발했으나 결국 일부 내용은 삭제수정된 채로 인쇄됐다.
심지어 급하게 수정하는 바람에 편집 교열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신문이 인쇄돼 특집판 곳곳에 심각한 오탈자가 나는 중대한 실수도 저질렀다.
특집판 완성 후 추가로 첨가된 편집자 주에서 중국인이면 누구나 다 아는 지금으로부터 4500여년 전의 고대전설인 ‘대우치수(大禹治水)’를 2000년 전의 전설이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 성을 짓는다’는 고사성어인 ‘중지성성(衆志成城)’의 ‘城’을 ‘誠’으로 잘못 표기하는 오류도 했다.
새해 특집판에서 이 같은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으로 드러나자 난팡저우모 편집부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신문출판 제작과정을 엄중히 위반해 심각한 잘못을 저지른 중대한 출판사고”라며 “일선 편집부 기자들이 휴가 중이거나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광둥성 당 선전부 관계자가 특집판 1면에 편집자주를 집어넣고 전체 제목, 편집디자인, 신년축사 제목, 등을 바꾸고 내용을 삭제 수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난팡저우모 전현직 기자들 역시 기사 바이라인 달기를 거부하고 이번 사고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해 5월 퉈전이 광둥성 당선전부장에 임명되고 난팡저우모 등 신문 잡지를 운영하는 중국 대표 진보언론 그룹인 난팡신문언론그룹 당서기에 광둥성 당선전부부장 출신인 양젠(楊健)이 임명되면서 난팡그룹 산하 간행물에 대한 내부 검열은 크게 강화됐다. 퉈전은 그 동안 각종 보도금지령을 내리는 한편 난팡그룹 산하 신문 편집에 이것저것 직접 관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인들은 그가 중앙에 진보 성향의 난팡그룹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난팡저우모 사건에 대해 광둥성 당선전부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으며 신화통신, 중앙(CC)텔레비전 방송국 역시 아직까지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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