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돈 좀 보내줘” 알고 보니 딸 동거남…3700여만 원 전화사기

아주경제 박초롱 기자=동거녀의 부모에게 딸인 척 연락해 수천만 원을 빼돌린 남성이 붙잡혔다.

4일 강원 홍천경찰서는 동거녀의 휴대전화로 동거녀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달라'는 문자를 보내 3700여만 원을 받아챙긴 혐의로 A(33․경기 김포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동거녀 B(23․여)씨의 휴대전화로 강원도 홍천군에 사는 B씨의 어머니(50)씨에게 ‘분장 일을 배우러 미국에 왔으니 생활비를 보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지난해 3월부터 12월 중순까지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총 79차례에 걸쳐 3700여만 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와 동거하면서 ‘함께 미국으로 미용 관련 연수를 떠나자’고 B씨를 속였다.

이에 B씨는 미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렸지만 출국일을 계속 미루는 A씨 탓에  ‘언제 떠나느냐’는 부모의 전화를 자주 받아 아예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무직인 A씨는 이 점을 이용, B씨인 척 문자 메시지를 보내 B씨의 집에서 매달 10~100만 원씩의 생활비를 받아 챙겼다.

B씨는 A씨와 함께 여관 등지를 전전하면서도 자신들의 생활비가 고향 집에서 온 돈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송금한 돈이 국내에서 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B씨의 부모가 신고하면서 A씨의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B씨의 부모로부터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 딸과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국 기록을 확인한 뒤 생활비가 인출된 지역의 CCTV 등을 분석해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보내 준 돈은 동거녀와 함께 생활비로 사용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씨는 “연수를 빙자한 범죄 행위”라며 처벌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