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오바마는 대통령(president), 풋볼은 왕(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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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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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 미국이 풋볼(football)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NFL(미국 프로 풋볼 리그) 산하 8개 팀이 4개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렀다. 이 팀들은 조만간 각 리그 챔피언을 결정하고 2월 초 대망의 ‘슈퍼 볼’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풋볼의 슈퍼 볼 게임은 MLB 프로 야구의 월드시리즈와 같은 격이다.

게다가 오는 7일(현시시간)에는 미국 대학 1부 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BCS 챔피언십 경기가 앨라배마 주립대와 노틀담 대학 간에 열렸다. 각 팀 모두 정규 시즌에서 상대 팀들을 압도하는 실력으로 챔피언십에 안착, 우승을 벼르고 있다. 이 또한 풋볼 팬들의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을 논하면서 풋볼을 빼면 할 말이 없다고 한다. 미국의 대통령 중에서도 대학 풋볼 선수 출신들도 꽤 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미시간대학교에서 선수로 뛰는 등 20세기 들어 다섯 명의 대통령이 선수 출신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하버드대학교 1학년 시절 풋볼팀에 도전했으나 당시 그는 63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아 풋볼을 하기에는 너무 가벼워 선수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 호리호리한 체구를 보여줬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일리노이에 있는 유레카 칼리지 풋볼팀에서 라인맨(lineman) 포지션을 소화했다. 요즘 대학팀 라인맨들이 보통 130킬로그램을 넘나드는 체구를 자랑하는 데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어떻게 플레이를 했을까 궁금증도 자아낸다. 팀 동료로 뛰었던 지인들은 ‘레이건은 좀 느린 편이었고 그렇게 플레이를 잘 하지는 않았다’고 기억을 되살린 적도 있다. 물론 성격 좋은 레이건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들 선수 출신 대통령 중에서 가장 플레이를 잘했던 사람은 포드 대통령이라고 한다. 천부적인 운동소질을 가졌던 그는 미시간 소재 그랜디 래미즈 고등학교 시절 올스테이트(all-state) 선수로 뽑혔었고, 1934년 미시간대학교 풋볼팀에서 MVP로 꼽히기도 했다. 예일대학교 코치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거절했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 프로 풋볼 경기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인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풋볼 하면 대학 경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20세기 초반 예일대학교가 조성한 학교 기금의 약 8분의 1 이상을 풋볼팀 운영 수입에서 온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과거 1970년대, 1980년대 초반까지 굉장했던 한국의 고등학교 야구 인기와 비슷했을 듯 싶다.

이에 못지않았던 대통령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다. 1912년 육군사관학교 풋볼팀에서 뛰었던 아이젠하워는 플레이를 매우 잘했지만,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끝까지 하지는 못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풋볼과는 큰 관련은 없지만, 그는 농구를 비롯한 스포츠광으로 알려져 있다. DC에 있는 버라이즌 센터에서 프로 농구를 관람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백악관 뜰에서 풋볼을 던지는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된 적도 있다. ‘오바마는 대통령(president)이지만, 풋볼은 왕(king)’이란 한 언론의 머리기사가 무슨 뜻인지 잘 와닿는 때임에 틀림 없다.

풋볼팀 경기 결과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맞힌다는 정설도 있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DC를 홈으로 하는 레드스킨스팀이 대통령 선거 직전의 홈 게임을 지면 현직 대통령도 재선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들리지만 지난 1936년 이후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선거에서 레드스킨스는 졌지만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근 80년 만에 미신(!)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일부 풋볼 팬들은 ‘과거 20번의 선거에서 이번 한 번을 제외하고는 다 대선 결과를 맞혔다’며 다음 선거에서는 다시 맞힐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미국의 풋볼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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