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TOC 프로암에 나선 스티브 스트리커. 지난해 챔피언인 그는 올해 첫 티샷도 못하고 이틀을 보냈다. [미국PGA투어]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미국PGA투어 2013시즌 개막전인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가 이틀째 파행됐다. 이 대회는 금요일인 4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코스(파73)에서 시작돼 월요일에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1라운드가 열릴 예정이었던 첫 날 강풍이 불고 폭우가 몰아친 바람에 주최측은 대회를 무효화하고 순연시켰다. 1,2라운드 36홀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5일에도 시속 50마일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 선수들은 첫 티샷조차 못하고 돌아갔다.
주최측은 일요일에 36홀, 월요일에 18홀 플레이를 벌여 이 대회를 54홀 경기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회가 단축된 것은 1997년 이후 16년만의 일이다. ‘나흘 72홀’에서 ‘이틀 54홀’ 경기로 변한 이 대회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얼마나 바람이 불었기에…
첫 날과 둘쨋 날 최대 풍속은 시속 50마일이었다. 홀에 꽂은 깃대가 수직에서 20∼30도로 굽어질 정도였다. 리키 파울러(미국)는 첫날 3번홀(길이 365야드)에서 흔치않은 경험을 했다. 그 곳은 약간 오르막에 맞바람이 부는 홀. 잘 맞은 파울러의 드라이버샷은 218야드 나가는데 그쳤다. 그의 지난해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93야드다. 제거리보다 75야드나 덜 나간 것. 홀까지 147야드를 남기고 5번아이언으로 겨우 볼을 그린에 올렸다.
둘쨋 날엔 빗줄기는 약해졌으나 강풍은 여전했다. 경기위원들이 10,11,13번홀 그린에 볼을 떨어뜨려보니 바람을 타고 저절로 굴러갔다. 슬러거 화이트 투어 경기위원회 부위원장은 “10번홀에서 그린 뒤편에 볼을 떨궈봤는데 볼은 바람에 밀려 앞쪽으로 20야드나 가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르막인데도 볼이 바람을 타고 45㎝나 굴러가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기위원회에서는 그린에 놓은 볼이 바람에 의해 움직일 정도의 조건에서는 플레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최대 피해자는?
대회가 파행된데 따른 피해자는 누구일까? 캐디와 현대자동차가 가장 큰 피해자다. 선수들은 하루 36홀 플레이를 하는 일이 가끔 있다. 악천후로 경기가 순연되거나 매치플레이 등에서 그런 경험을 한다. 그러나 골프백을 메고 선수들을 따라가야 하는 캐디들 입장은 다르다. 더욱 비옷·수건·우산·장갑 등을 챙기느라 백은 무거워지고 바람이 수시로 불어제끼는 상황에서 그들의 피로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베테랑 캐디 지미 존슨은 “이같은 날씨에서는 18홀 플레이가 27홀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하루 36홀이라니…. 잘 견디지 못하는 캐디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위원회에서 ‘36홀-18홀’ 대신 ‘27홀-27홀’을 채택했더라면 캐디들에게 좋았을 터인데…”라며 아쉬워했다.
직접적인 피해자는 타이틀 스폰서인 현대자동차다. 시즌 개막전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이 대회는 올해 TV·신문·온라인 매체 등에 단 이틀 노출되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이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3년간 상금을 포함해 이 대회에만 3000만달러(약 32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올해 악천후에 따른 ‘스포츠 마케팅’ 효과 감소가 스폰서 계약연장에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누가 유리할까
미PGA투어 홈페이지에서는 더스틴 존슨(미국)을 꼽는다. 존슨은 투어 6승 가운데 2승을 악천후로 대회가 54홀로 단축됐을 때 우승했다. 2009년 AT&T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과 2011년 더 바클레이스가 그 대회다. 존슨은 지난해 드라이버샷 평균거리 310.2야드로 이 부문 4위였다. 올해 대회 코스는 비 때문에 물렁물렁해졌고, 볼은 낙하 후 덜 굴러가게 마련이다. 그러면 볼을 멀리 날리는 ‘장타자’가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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