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광명소방서 소방경 박평재) |
경기도 일산에서 화재진압에 나섰다가 또 한 명의 동료 소방관이 추락사고를 당해 운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2012년 들어 벌써 7명의 순직사고다. 화재현장에서 크고 작은 부상은 무시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순직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왜일까?
그동안 발생했던 사고의 원인을 규명해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소방인력이 기본 출동인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는데 있다.
2명이 한 조를 이뤄 현장활동을 해야 한다는 현장활동 수칙은 소방관 누구나가 알고 있지만 현장 소방활동에서 이 수칙을 반드시 지키기란 현실적으로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왜냐하면 현장활동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그럼 인력충원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리나라 행정체계상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경찰, 교육공무원과 달리 광역자치단체 소속의 지방공무원으로 돼 있다. 다시 말해 소방조직의 운영 및 소방공무원의 인건비 충당은 순전히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몫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은 전체 소방예산의 겨우 1~1.5%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예산 부담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몫인 것이다. 재정여건이 넉넉지 못한 대부분의 광역지자체는 분명 소방공무원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소방인력 충원에만 집중할 수만은 없다.
도시 기반시설 구축, 주민 숙원사업 해결, 도로의 건설 및 정비, 환경, 복지분야 등 지방재원은 소방분야가 아니라도 투자하여야 할 분야가 너무도 많다. 소방관의 입장에서는 소방분야에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길 바라지만 살림을 꾸려나가는 지자체장의 입장에서는 둘러 봐야 할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라는 점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럼 해결책은 무엇일까? 바로 중앙정부의 소방예산 지원 확대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4조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위험과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재난대응 기관인 소방분야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할 의무 또한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소방사무를 지방사무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대한 예산지원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몇몇 선진국에서 소방사무를 지방사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과 소방사무의 대부분이 화재진압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소방사무는 더 이상 화재진압에 국한되지 않으며 최근의 화재의 양상 또한 점차 대형화되어 1개의 시·도나 시·군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2008년 40명의 사망자를 발생케 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예가 그렇다. 소방기관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 화재진압 업무는 약 20%미만이며 기타 구조구급과 재난대비업무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태풍, 폭설, 지진 등 자연재난으로 인한 대응 업무의 폭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방기관이 화재 진압 및 예방이므로 소방사무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라고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소방행정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 소방기관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약 40%정도는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사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방예산의 40% 정도는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여겨진다.
OECD 주요 선진국의 소방예산 국비지원율은 평균 67.74%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국비지원율이 1~1.5%정도임을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멀어도 너무 멀었다.
헌법의 규정에서부터 현재 소방기관에서 수행하는 역할까지 그 무엇을 보더라도 국가의 소방예산 지원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지극히 당연한 책무가 다.
국가의 소방예산 지원이 확대돼 소방업무 수행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충원이 이뤄진다면 현장 소방활동의 2인 1조 활동 수칙은 지켜질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그동안 수없이 반복돼온 온 소방관 순직사고를 막는데도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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