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프링클러 덮개가 플레이선상에 있을 땐 구제받지 못한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볼이 그린에 오르지 못하고 프린지에 멈췄다. 잔디가 짧아 퍼터로 처리하려는데 공교롭게도 볼∼홀의 플레이선에 스프링클러 덮개가 있다. 이른바 ‘텍사스 웨지’(그린 밖에서 퍼터로 볼을 치는 일) 상황이다.
스프링클러 덮개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이다. 스윙이나 스탠스에 방해가 되면 구제받을 수 있으나, 이 경우처럼 플레이선에 있을 경우는 구제받지 못한다. 따라서 그 위로 퍼트하거나, 다른 클럽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필 미켈슨과 비제이 싱이 그린에 남겨진 스파이크 자국으로 얼굴을 붉혔던 2005년 마스터스토너먼트. 4라운드에서 최경주는 미겔 앙헬 히메네즈(스페인)와 같은 조로 플레이했는데 오거스타내셔널GC 1번홀(파4) 그린에서 잠시 논란이 있었다. 히메네즈의 볼이 프린지에 멈췄고 볼앞 플레이선에 스프링클러 덮개가 있었던 것. 히메네즈는 경기위원을 불러 “퍼터로 처리하려는데 구제받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고 경기위원은 “구제받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히메네즈는 퍼터 대신 웨지로 바꿔들고 샷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우 스프링클러 덮개가 플레이선상이 아니라, 스탠스에 걸리면 당연히 구제받는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라이더컵에서도 유럽팀의 그레임 맥도웰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미국팀의 짐 퓨릭에게 의견을 물었다. 퓨릭은 고개를 저었고, 유럽팀은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세계 골프를 관할하는 두 기구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다. 두 기구는 4년마다 골프규칙을 보완·개정하는데 관할 지역이 다르다. R&A는 유럽·호주·남아공·아시아 지역을, USGA는 미주 지역을 관할한다. 두 기구는 골프규칙을 적용하는데 근간은 같지만, 세부적으로 적용하는데 약간 다른 해석을 내리는 일이 있다. 그린 사이드의 스프링클러 덮개가 대표적이다.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는 그린과 그 주변이 구분이 잘 안될 정도로 그린 주변의 잔디가 짧다. 그래서 선수들은 그린 밖에서도 퍼터를 사용하는 일이 잦다. R&A에서는 그런 경우에 대비해 그린 밖 일정지점(보통 두 클럽 길이)내의 스프링클러 덮개는 플레이선상에 있을 경우 구제받도록 하는 로컬룰을 두기도 한다. 유럽에서 주로 활약하는 히메네즈도 그 연장선상에서 구제를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그 반면 미국의 코스는 그린을 갓 벗어난 지점이라도 깊은 러프로 돼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구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타이거 우즈가 아마추어 시절이던 1996년 US오픈(미시간주 오클랜드힐스CC) 1라운드 때의 일이다. 우즈의 볼이 14번홀 그린 밖에 멈췄는데 그 바로 앞, 그린 위에 스프링클러 덮개가 가로놓여 있었다. 그러나 경기위원은 ‘구제 불가능’으로 판정했고,우즈는 보기로 홀아웃한 적이 있다. <골프규칙 24-2>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