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명동에는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한 '2013 코리아 그랜드 세일' 문구가 어색할 만큼 관광객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뷰티벨트 거리는 호객행위를 하는 점원 몇몇만 눈에 띄었고 매장 역시 한산했다.
명동 A화장품 매장 직원은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 된다"며 "일주일 전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해 이제 아예 끊겼다. 아무리 세일 초기라 해도 작년에는 이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른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화장품 매장 직원 역시 "원래 한국말을 할 시간이 없어야 정상인데 최근에는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할 일이 없다"며 "명동에서 일한 이후 한국말을 이렇게 많이 해보긴 처음"이라고 했다
인근 밀리오레 상인들도 울상이다. 5년째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는 김지미씨(33)는 "유동인구 자체가 그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며 "요즘은 국내 손님만 상대하고 있는데, 이들의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아 최근 매출이 30%나 줄었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들의 '빈 바구니'도 종종 목겼됐다. 지난해 대량 구매하던 모습과 달리 한두개 사거나 제품 테스트만 하다 돌아서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 관광객 사유리(22)는 "지난해 말에 한국에 왔을 때보다 두 배는 더 비싼 것 같아 사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원·엔 환율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엔화 약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비용이 늘어나자 일본인의 한국관광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현재 원·엔 환율은 1186원(100엔) 수준이다. 환율 요인으로 일본 관광객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지난해 6월보다 27%나 증가했다.
또 불투명한 한·일관계 역시 관광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10년째 환전상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일왕 사과 요구발언 등 각종 악재가 터진 이후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최근 관광객 대부분은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쪽인데 그마저도 스키투어로 한정돼 명동 관광객은 50%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