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의 삼성SDS가 물류IT 사업을 중남미로 확대할 계획이고, 현대차 그룹 계열의 현대글로비스가 해상운송과 3자물류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국내 최대의 벌크선 업체이자 전체 해운업계 3위인 STX 팬오션의 인수 대상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어, 물류 부문에서 삼성그룹과 현대차 그룹의 향후 행보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STX 팬오션의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국내 물류 업계의 순위가 뒤바뀌며 전체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STX 팬오션의 인수에는 다른 대기업인 SK그룹과 CJ그룹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SDS는 지난해 자체 물류 플랫폼인 ‘첼로’ 시스템을 현재 운영 중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에서 올해 중남미 지역까지 운영 대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물류 사업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제품 위주로 되어 있지만 물류 사업 영역이 세계로 확대되고 인프라가 보강될 경우 타 기업의 물류도 가져올 가능성은 높아진다.
다만 삼성SDS 측은 STX 팬오션의 인수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현재 STX 팬오션 인수와 관련한 문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인수 가능성을 부인했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지난해 12월28일 지분관계가 없는 현대중공업 그룹의 현대오일뱅크와 1조1000억 원대 원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확대 움직임을 본격화 하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등의 물류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타사 물류를 운송하면서 사업 영역을 점차 넒히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물류업계에 참여할 경우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국내 물류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페덱스나 DHL과 같은 세계적인 물류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물류업계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물류 시장 전체에서 볼 때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이들이 기존의 자본력이나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늘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기업들이 초기에는 자사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밖에 없어 '일감몰아주기'라는 비판을 어떻게 피해가느냐가 관건이다. 삼성 SDS와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오너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8.81%)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31.88%)이 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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