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박근혜 정부의 경제부총리는 지금까지 역임한 부총리와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이전까지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예산처가 배제된 상황에서 국내 경제정책에 집중했다면, 새 정부의 경제부총리는 사실상 국내 경기부양책을 위시한 국가재정 살림을 총괄하는 '경제 컨트롤타워'에 가깝다.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 안팎에서는 경제부총리가 부활한 상황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각 정부 부처 장관 인선 등에 대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MB정부에서 기획재정부의 정책 수립에 다른 부처가 힘겨루기를 하며 사업 집행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세 정치인 출신인 당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재정부 내부에서는 차관회의조차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각 부처 차관들이 서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벌이면서 대리인을 보내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도 경제부총리를 부활시키기로 한 것이 변화를 주도할 경제 책임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의 강석훈 인수위원은 "우리 경제가 추격형에서 다시 선도형으로 가야 하는 변화의 시기"라며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역량을 모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경제부총리 부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인수위는 15일 조직개편 당시에도 경제부총리 부활과 기획재정부 존치에 대해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기획재정부를 경제부총리 체제로 격상한 것은 인선이나 조직개편 등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맥락으로 볼 때 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위기 극복과 대기업·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구조를 개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 역시 경기회복의 핵심을 중소기업과 내수에 둔 만큼 이를 제대로 이끌 만한 적임자로 경제부총리를 선택한 셈이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이 내건 복지 재원 마련도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복지 확대라는 사회적 요구를 어려운 재정환경에서 어떻게 수완을 발휘해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재정부 내부에서는 경제부총리로 리더십과 통찰력을 겸비한 인물이 내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 힘이 있고 각 부처를 지혜롭게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 경제부총리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특히 재정부는 앞으로 우리나라 성장을 책임질 투톱체제 파트너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도 경제부총리 선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는 저성장시대 극복과 경기부양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각 부처,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와의 조율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리더십과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