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따로 또 같이 3.0’이 다보스포럼으로 국제무대에서 데뷔식을 치른다. 최태원 SK 회장(사진)이 그룹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 치르는 공식 대외일정이 다보스이기 때문이다.
‘3.0’은 최 회장이 해외에서 지원사격하고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듀얼체제’로 표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다보스는 최 회장이 글로벌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다보스가 ‘유연한 역동성’을 어젠다로 설정해 체제 변화를 단행한 SK식 역동성이 세계 무대에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최 회장은 1998년부터 매년 다보스에 참석해 왔다. 올해까지 참석하면 16년째 개근하게 된다.
‘3.0’ 체제 아래 최 회장은 해외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SK의 글로벌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서포터 역할에 치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한 역할은 매년 다보스에서 두드러졌다.
최 회장은 줄곧 다보스에서 세계 인사들과 만나 글로벌 경영의 아이디어를 얻어 왔다. 올해도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해외 인사 네트워킹 강화 등 왕성한 활동이 예상된다.
최 회장은 이번 다보스에서 글로벌 사업협력 모델과 에너지 자원경영,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세일즈, 세계 경제위기 대응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SK가 해외에서 추진 중인 ‘패키지 딜’ 등의 사업협력 모델을 소개하고,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의 IT 및 자원개발 기술력을 앞세워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적 기업 관련 투자자와 전문가를 만나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 중심의 지속가능한 대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야말로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고 구조가 선순환적인 사회 기여 모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간 최 회장은 다보스를 SK의 해외사업에 적극 활용해 왔다. 실제 최 회장과 터키의 도우쉬그룹 회장이 매년 다보스에서 만난 인연으로 지난해 SK 계열사인 SK플래닛이 도우쉬와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또 2011년에는 최 회장을 수행한 정철길 SKC&C 사장이 인도 마힌드라 새티암의 비니트 나야르 회장을 만났고, 이것이 계기가 돼 양사가 MOU를 맺었다.
2009년에는 김신배 SK 부회장이 세계 3대 통신장비업체 중 하나인 중국 화웨이의 최고 세일즈 마케팅 담당자를 다보스에서 만나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최 회장은 국외활동에만 전념하며 국내 주요 행사에는 불참하고 있다. 그룹을 총괄하는 김창근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중도 읽힌다. 김 의장은 시무식과 신입사원 대면 등의 주요 일정에서 ‘동심동덕(한 마음 한 뜻)’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3.0’ 신경영체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내부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해 그룹을 지원하고, 각사 경영진은 자율·독립경영을 해나가되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시너지 확대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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