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새 정부의 금융정책 핵심인 국민행복기금 조성 및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중소기업 지원 강화 방안에 맞춰 일부 시중은행들은 관련 부서를 조직하거나 상품을 구상하는 중이다.
그러나 자칫 국민행복을 위한 정책들이 금융기관 부실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 朴정부 "국민행복"…큰소리 '뻥뻥'
새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정책의 핵심은 국민행복기금이다. 현재로선 마치 국민행복기금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요술지팡이로 여겨질 정도다.
국민행복기금에는 신용회복기금의 기반인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에 자산관리공사 고유계정 차입금, 신용회복기금 잔여 재원이 추가된다. 이를 통해 정부가 공사채 형식으로 재원의 10배까지 채권을 발행해 18조7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채무불이행자들의 채무를 감면해 주거나 고금리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또 새 정부는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를 위해 '소유주택 지분 매각제도'와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등을 구상하고 있다.
새 정부가 "국민행복"을 자신있게 외치는 근거 중 하나로 중소기업 지원 강화도 포함됐다. 아직 인수위가 명확한 대책을 내놓진 않았지만 중소기업 및 중소상공인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관계 기관과 금융권 등에 책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 국민행복기금 금융권엔 '불행(?)'
새 정부의 기대와 달리 금융권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퍼주기식 대책'이 오히려 서민들의 모럴해저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문제는 가계부채를 해결하고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데 최일선에 서야 할 금융권에 리스크가 가중될 것이란 사실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산업2팀 연구위원은 "국민행복기금 마련을 위해선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누군가 사야 하는데,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며 "공익적 용도로 발행되는 채권이므로 수익률도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채무불이행자의 채무를 일정 부분 탕감해줘야 하므로 은행은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며 "아직 채권 금리나 채무 감면폭 등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국민행복기금이 금융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하면 부실채권 처리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 中企지원 강화…막연한 대책 위험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은행권에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대폭 지원해야겠지만, 리스크 관리도 함께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걱정도 큰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되도록 선별적 지원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적은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선 이를 담당할 부서와 인력이 충원돼야 하므로 이에 대한 조직개편도 실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은행 나름대로 선별적 지원을 한다해도 정부의 압박이 가중되면 선별폭도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지나치게 정부 지원에 의지하는 등 모럴해저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무조건적인 금융지원이 능사가 아니라 중소기업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근본적인 처방이란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가 지나치게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강요하면 은행들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지원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신용등급에 따른 지원폭과 방식 등을 잡아주는 식의 구체적인 대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중소기업 지원은 더욱 힘들어지는 것 아니겠냐"며 "정부 역시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아닌 현실적이면서도 중소기업과 은행의 처지에 적합한 맞춤형 지원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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