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이 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강화 정책에 맞춰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전격적인'코드 맞추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새정부의 눈치를 보며 자발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면서도,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우리은행은 중소기업고객본부 산하 중소기업전략부를 중소기업지원부로 명칭을 바꿀 예정이다. 지원부 내에 소상공인지원팀도 신설된다. 외환은행은 이미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총괄할 중소기업지원실을 영업총괄그룹에 신설했다.
농협은행 역시 중소기업 지원을 총괄하고 금융지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금융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신한은행은 새로 조직을 만들진 않았지만, 중소기업 전용 상품 등을 늘릴 방침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서둘러 준비하는 것은 새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에 선제적으로 맞추기 위해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만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은행권에 쏟아질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불 보듯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권이 이에 따른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산업2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하려면 결국 은행들은 여신심사 기준을 완화해야 된다"며 "부도율이나 연체율이 높아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은행에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하는 등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은행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은행들은 새 정부의 정책에 역행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서민 및 중소기업 지원을 구상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새 정부 들어 '금융소비자 보호위원회'가 설립된다는 점도 은행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박 당선인의 금융소비자 보호 공약 이행을 위해 금융소비자 보호위원회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위원회는 금융수수료 개선, 금융회사의 약탈적 대출, 불법추심 등 불공정 거래, 은행ㆍ증권ㆍ보험ㆍ신용카드의 불완전 판매 등 금융소비자 권익을 훼손하는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광범위하게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금융감독 체제에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금융소비자 보호위원회가 신설되는 것은 금융권에 '시어머니'가 한 명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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