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가 시작했다. 21일(현지시간)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태어난 날,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을 거행했다.
◆ 링컨·킹, 2권의 성경… 취임 선서만 4차례
오바마 대통령은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 킹 목사가 쓰던 성경 2권에 왼손을 올려놓았다. 링컨이 노예해방선언문에 서명한 지 150년, 킹 목사가 링컨 기념관 계단에서 ‘나에게 꿈이 있다’는 내용으로 연설한 지 50년만이다. 킹 목사의 성경이 대통령 취임 선서에 쓰인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두 지도자의 성경을 사용하는 의미는 각별하다. 노예 해방과 남북 전쟁으로 이어진 극심한 분열 속에 취임한 링컨 대통령, 비폭력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하다 암살당한 킹 목사처럼 오바마 대통령도 정치적 갈등과 충돌 속에서 집권 2기를 출범한다는 의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인종과 당파를 넘어 ‘하나의 미국’을 건설하자는 대통합을 강조했다. 전날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은 각각 백악관과 해군 관측소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2번째로 취임선서를 4차례나 한 대통령이다. 지난 2009년 취임식에서 선서문 문구가 뒤바뀌는 바람에 두차례 선서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선서문을 낭독한 후 “내가 제대로 했다(I did it)”고 언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올해는 헌법상 취임식이 일요일과 겹치는 바람에 21일에 또 선서를 한 것이다. 지금까지 실제로 4선에 성공, 취임선서를 4차례 한 대통령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었다.
◆ 오바마 2기 집권의 과제는?
오바마 2기 집권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미국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으나 여전히 실업률(7.5%)은 최악이며 기업의 투자경기도 냉랭하다. 주택시장과 소비경기를 진작시키고 고용 확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정치권 합의도 중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예산 자동 삭감을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국가 부채한도 확대를 비롯해 총기 규제법·이민법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이 총기 휴대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강조하기 때문에 의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제 과제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조치다. 지난 18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알제리 동부 인아메나스의 천연가스 공장을 장악, 국제 인질극을 벌였다. 이로 인해 사망한 인질 수만 48명을 넘는다. 무장세력은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다고 밝혀 추가 테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미국의 대테러정책이 실패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은 2002년부터 범사헬구상을 통해 약 7조2000억달러를 원조했다. 이슬람 세력의 확대를 막고 중국의 영향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이 지역에 군사훈련도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말리 쿠데타와 이번 내젼을 주도한 이슬람 세력 가운데 다수가 미국의 군사훈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핵 프로그램을 가진 북한과 이란 역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현안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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