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환율 개입에 적극적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결국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권 압박이 강화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시키고 통화 절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경고다. 바이트만 총재는 세계 정부들이 금융위기 이후 이같은 방법으로 위기를 피해왔다는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앞서 그는 중앙은행은 본연의 임무인 물가관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바이트만 총재는 단도직입적으로 “일본과 헝가리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가 새 총리로 취임하면서 엔저를 위한 무제한 금융완화를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엔화 가치는 11%이상 하락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일본은행(BOJ)이 통화 완화 정책에 나서도록 계속 압박하고 있다. 22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올렸다. 따라서 엔저는 지속되고 일본 기업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기조도 변화될 것으로 FT는 기대됐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환율은 성장과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ECB의 정책 목표는 아니라고 밝혔었다. 드라기 총재는 정책 환율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으나 다른 중앙은행들의 정치적 개입이 과열되면서 소신을 굽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환율 전쟁을 발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트만 총재는 “의도하든 안하든 결과적으로 환율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아직 경쟁적인 절하 없이 글로벌 재정시스템은 위기를 넘겼으며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주요 20개국(G20)가 경제 및 금융 안정을 위해 통화절하 경쟁을 떠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중앙은행을 압박하는 것으로 위기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내달 모스크바에서 소집되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둘러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같이 강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통화정책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불가피하며 중앙은행은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킹 HC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끝나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재정위기를 계기로 어쩔 수 없이 정치에 말려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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