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DNA> "좋은 제품은 시장의 외면을 받지 않는다"…LG의 '뚝심' 품질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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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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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 LG창업회장(가운데)이 1961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자동전화기로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싸게 만들기는 쉽다. 그러나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게 만들어야 한다. 일시적으로 팔 생각을 말라. 고객과의 꾸준한 관계만이 생명이다."

연암 구인회 LG 창업회장이 늘 강조해온 말이다. '고객 중심의 품질경영으로 시대를 선도해 나간다'는 연암의 경영철학은 오늘날 LG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의 창업이념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LG웨이'로 이어져 내려오며 '1등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토대가 되고 있다.

LG그룹의 모태는 1947년 1월 연암이 설립한 락희화학공업사다. 1946년 2월 화장품 판매사업을 시작한 연암은 크림을 직접 생산하기로 결심하고 이듬해 이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락희화학공업사가 내놓은 럭키크림은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한 박스에 500원이었던 타 회사 제품과 달리 럭키크림은 1000원의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1년 뒤에는 럭키크림의 주원료인 글리세린이 부족해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재료 값이 비싸지면서 타산이 맞지 않자 직원들이 비슷한 성분을 가진 글리콜을 써서 시제품을 만든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연암은 즉시 공장으로 달려가 "밑져도 하는 수 없으니 그 크림을 시장에 내놓지 말라"며 "글리세린을 구할 때까지 전 공장을 가동 중단하라"고 불호령을 내린다.

고객만족과 정도경영을 최우선시한 연암의 경영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일화는 또 있다. 하루는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이 연암이 여공들 사이에서 크림통 불량품을 직접 골라내는 모습을 보고 "하루에 수만개씩 쓰는 물건인데 일일이 골라내서 무얼하느냐"고 묻자, 연암은 "크림 100통 가운데 불량품 한 통이 섞여 있다면 다른 99통도 불량품이나 마찬가지다.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을 팔아서 신용을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연암은 파손되지 않는 크림통 뚜껑을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소재 연구에 나선다.

고객 우선주의 품질경영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연구개발은 연암의 경영철학 중 하나였다. 사업 영역을 선택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개척정신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념이었던 것이다. 연암은 1950년대 열악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공장을 세우기 전에 연구실부터 설립해 설비를 들여왔다. 이 같은 연구개발에 대한 집념은 LG가 크림통 뚜껑에 이어 칫솔·세숫대야 등 플라스틱 제품과 치약·합성세제 등 생활용품, 라디오·세탁기· TV 등 전자제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내는 밑거름이 됐다.

연구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1990년대 구자경 명예회장의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로 이어졌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1970년대 10여개 회사를 인수 또는 설립하고 금성사 중앙연구소와 럭키중앙연구소 등을 만들어 본격적인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2012년 5월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금형기술센터 준공식 참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맨 왼쪽)이 모바일 금형 조립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계열·화학계열 간 연구개발 시너지를 더욱 활성화해 시장을 선도할 미래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10년 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될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 더욱 정진해 달라."

대를 잇는 품질경영은 오늘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LG웨이'로 투영됐다. '늦어도 좋으니 원천기술 개발에 몰두하라'는 그의 뚝심경영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난 1999년 국내 최초로 대량생산체제를 갖췄지만 품질문제로 실패를 거듭했던 LG화학의 연료 2차전지는 구 회장이 결코 포기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2007년부터는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최근 몇년간 LG전자가 겪은 실적부진에 대해 구 회장이 단기수익에 집착하지 말라고 오히려 격려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이 같은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게 LG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구 회장은 애플발 스마트폰 위기로 LG전자가 위기에 놓이자 스마트폰 사업 정상화에 회사의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 돌파구를 찾았다. LG는 LG디스플레이·LG화학·LG이노텍 등 그룹 계열사가 모여 1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2년 9월 일명 구본무 폰으로 불리는 옵티머스G를 내놨다.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 100만대를 넘어서며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다. 오는 2분기에는 후속작 옵티머스G프로의 출시로 분기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처음으로 1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열고 계열사 사장단 40명과 함께 시장선도제품 개발 구상에 착수했다. 구 회장은 이 기간 중 주제발표와 패널토론 등 계열사 사장들과 집중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LG는 투자규모를 사상 최대인 20조원으로 정하고 이 중 6조원은 연구개발에 쏟아붓기로 했다. LG는 스마트폰 생산라인과 소프트웨어·차세대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개발에 대한 대대적인 기술투자를 진행해 1등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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