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강세일 때는 재빠르게 가격을 올리다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는 제품 가격 인하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신제품은 가격대를 더 높게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지난해 10월 100엔당 1400원·1300원 선이 무너진 뒤 지난 11일에는 1200원 선마저 깨졌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일본산 제품의 가격도 떨어지고 있지만 디지털 카메라 가격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몰라 사용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니콘이미징코리아의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D600의 경우 평균가격(렌즈 미포함)이 지난해 11월 이후 220만원대를 유지하다 올해 초 잠깐 하향세를 보이더니 다시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의 DSLR EOS60D는 지난해 11월 이후 평균가격(렌즈 미포함)이 꾸준히 97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소니코리아의 미러리스 카메라 NEX-5R의 평균가격(16-50㎜ 렌즈킷)도 지난해 11월 이후 줄곧 85만원대에서 요지부동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모델의 일본 현지 가격과 국내 가격의 차이는 커지고 있다.
소니의 NEX-5R의 16-50㎜ 렌즈 킷의 경우 일본 카메라 쇼핑몰에서 6만4800엔(약 77만원)에 판매 중이다.
캐논의 EOS 60D는 일본에서 6만2500엔(약 75만원)에 판매돼 국내 가격과 대조를 이뤘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늘어가고 있다.
한 온라인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에는 엔저 현상이 지속되지만 여전히 내려가지 않는 일본 카메라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불과 3주 만에 D600 가격이 10만~15만원 올랐다"며 "엔저라고 하는데 카메라 가격은 오히려 오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밖에 "엔저 시대이지만 렌즈 가격이 떨어진 곳을 찾을 수가 없다", "기름값도 떨어졌다는데 카메라 가격에는 엔저 현상이 반영이 안 된다", "내려갈 땐 잘 안 내려가고 반등해서 올라가면 팍팍 오를 것" 등의 불만 섞인 글이 올라왔다.
환율이 가격에 반영될 때까지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사고 싶은 제품이 있지만 인터넷 최저가는 거의 제자리 걸음"이라며 "업체들이 가격을 유지해도 수요는 꾸준히 있다고 배짱부리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분기나 반기별로 기준점을 설정하고 환율을 반영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가격 반영은 어렵다"며 "정확한 시점은 예측할 수 없지만 이러한 엔저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내 소비자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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