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신년사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했던 말이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그룹을 성장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김 회장의 혁신을 추구하는 승부사적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 등이 크게 부각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로 신용과 의리를 지켰던 김승연 회장의 인간적인 진정성에 주목한다. 손익계산 없이 주변에 베푼 온정적 배려가 임직원들의 마음을 모아 '필사즉생'의 각오로 위기를 이겨내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 실제 몇몇 사례가 그러한 면을 보여준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로 회사의 경영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구조조정의 최우선 조건으로 임직원의 고용안정과 신분보장을 내세웠다. 1998년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는 20억~30억원은 손해를 볼 테니 임직원들의 고용승계를 반드시 매각조건으로 반영해달라고 매수자를 설득해 관철했다.
1998년 말 회사를 떠난 임직원들에게는 '지난날의 소중한 인연을 되새기자'는 뜻에서 연하장과 달력을 보냈으며, 설날에는 400여명의 퇴직 임원에게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며 부부용 은수저 세트를 전달했다. 또한 명예퇴직 대상인 모 계열사 임원의 자제가 식물인간으로 장기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전해듣고 그 임원을 퇴직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1995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킨 일화도 있다. 김 회장은 당시 장애로 실의에 빠진 직원을 미국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많은 것을 감안한 배려였다.
1979년 말 중동지역 공사 수주와 현장 점검차 현지에 갔을 때는 "근로자의 희생으로 돈 벌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사우디 내에서 가장 높은 현장 임금을 지급했다. 또 국내 최초로 노조위원장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노사간 신의를 다졌다.
대전 대덕테크노밸리 조성사업도 김 회장의 남다른 신용과 의리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대전시는 당시 다른 기업에서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 어려움에 봉착해 있었다. 이때 충청 연고기업인 한화그룹도 제안을 받아 검토했으나 실무진의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고향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크게 보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득했고, 결국 대덕테크노밸리는 성공사례가 됐으며, 그룹 내 본격적인 도시개발사업의 토대가 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