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그룹 박 회장과 형지그룹 최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중복된 사업분야에서 수 차례에 걸쳐 다툼을 벌여 왔다. 법정 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이번 격돌의 핵심은 스포츠 의류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레저·아웃도어 대중화 추세에 맞춰 스포츠부문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다.
포문은 박 회장 측이 먼저 열었다. 스포츠사업부를 신설하고 해외 유명 신발 브랜드 3개를 전격 영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뒤질세라 최 회장 측도 "형지그룹의 강점을 살려 캐주얼 의류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스포츠 의류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박 회장은 세정의 미래를 책임질 스포츠사업부 수장으로 신임 도영우 이사를 택했다. 그는 최근 영입한 써코니·캐터필라·고라이트 3개 브랜드를 3000억원 이상의 메이저 스포츠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는 세정그룹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도 이사는 "실생활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어 회사에서 거는 기대 역시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써코니는 2000억원, 캐터필라는 1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워 나이키·아디다스를 잇는 메가 스포츠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병오 회장은 스포츠 캐주얼 의류 '아날도바시니 익스트림(abx)' 출시로 맞불작전을 펼쳤다.
아날도바시니는 비즈니스 캐주얼로 연간 약 2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형지의 '알짜' 브랜드다. 기능성 소재에 패션성까지 갖춘 abx 라인을 주축으로 아날도바시니를 향후 350억원 규모로 키울 방침이다.
김은양 아날도바시니 팀장은 "스포츠 의류시장 첫 진출을 앞두고 걱정도 컸지만 테스트 물량의 90% 이상이 판매되는 등 예상보다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abx를 주력으로 스포츠부문을 강화한다는 회사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돼 향후에는 숍인숍 형태를 넘어 단일 브랜드로 확장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중저가 패션 로드숍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두 오너 경영자의 새로운 대결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974년에 부산 중앙시장에서 세정그룹을 창업한 박순호 회장은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패션 빅5 기업에 진입했다.
패션왕으로 불리는 최병오 회장 역시 부산 출신이다. 30세(1982년)에 동대문 광장시장 3.3㎡(1평) 매장에서 '크라운'으로 창업해 매출 7800억원 규모의 형지를 키웠다.
두 회장의 자존심 싸움은 지난 2008년 벌인 '올리비아' 전쟁이 대표적이다. 브랜드로는 후발주자지만 앞서 상표권 등록을 마친 형지가 자사 '올리비아 하슬러'와 세정 '올리비아 로렌'이 유사하다며 상표권 무효심판 소송을 제기했다.
또 2011년에는 형지가 가두점 간판 색상을 올리비아 로렌과 유사한 '퍼플색'으로 변경해 세정 측에서 다시 상표권 분쟁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양사는 센터폴과 노스케이프 등을 지난해 론칭하며, 중저가 아웃도어 시장에서도 경쟁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과 최 회장은 고향 선후배이기도 하지만 사업분야가 중복되고 성공신화도 비슷해 경쟁심리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연이은 소송전으로 양사의 감정이 많이 악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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