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보육시설..대기업보다 중견기업이 더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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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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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유통 대기업,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br/>중견기업들은 특색 살린 보육시설 설립으로 호응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맞벌이부부인 직장인 서진영(여·35세)씨는 매일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겪는다.

서씨의 직장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할 대기업이지만 사내 어린이집이 없다.

때문에 공무원인 남편이 일찌감치 출근하고 나면 혼자서 5살인 딸을 깨워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딸을 씻기고 아침밥까지 챙겨서 집 근처인 당산동의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나면 직장이 있는 강남까지 지각하지 않고 출근하는 것도 빠듯하다.

더욱이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야간반·종일반이 없어 하교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갑자기 딸에게 무슨일이 생겨 어린이집에서 연락이라도 오는 날에는 하루종일 업무에 집중할 수도 없고, 자연스레 야근이나 회식자리도 피하게 돼 직장 내에서 받는 무언의 압력이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과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사내 보육시설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사내 보육시설의 부재는 가뜩이나 낮은 여성의 사회참여율과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을 부추기는 원흉으로 지탄받기도 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출산 후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회사일과 육아를 함께 해낼 자신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직장생활을 위해서라면 아이를 낳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여성 직장인도 5명 당 1명 꼴이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상시 근로자를 50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이에 최근에는 여러 기업들이 앞장서 사내보육시설을 확충하며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사업장 명단'에 따르면 전체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사업장 919곳 중 25%가 넘는 236개소가 장소 미확보·예산 및 보육수요 부족을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명단에는 △롯데홈쇼핑 △GS리테일 △농심 공장(부산·안양) △오뚜기 라면 △하나투어 등 유통 대기업들도 다수 포함됐다.

반면 이들 기업보다 규모나 매출 면에서 작은 중견기업들은 일찌감치 사내 보육시설을 운영하거나 신설하면서 내·외부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대웅제약은 2011년 12월 서울 삼성동 본사 1층에 433.6㎡(131평)의 사내보육시설 '대웅 리틀베어 어린이집'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대웅 리틀베어 어린이집은 사내보육시설을 준비 중인 현대카드·유한양행 등이 방문해 관심을 보이는 등 성공사례로 꼽힌다.

락앤락은 지난해 4월 연면적 426㎡(약 130평)에 2층 규모로 정원까지 갖춘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직장 내 어린이집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마련하고 업무 역량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일부 직원들은 어린이집 개원 이후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하기도 했다.

한샘 역시 본사 2층에 420㎡(130평) 규모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한샘 어린이집은 전문업체에 위탁 운영되지 않고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중견기업 총무기획팀 임원은 "사내 보육시설 설립에 있어 최대 관건의 'CEO의 의지와 마인드'다. 회사의 규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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