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시 및 SH공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사장은 전날 공사의 올해 부채 감축안과 '임대주택 8만호 건설'에 관한 서울시 업무보고를 마치고 돌연 사의를 밝혔다. 오는 2015년까지 잔여 임기가 2년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5월 박원순 시장이 SH공사 사장으로 직접 임명했다. 박 시장의 '낙하산 인사 근절' 취지로 공기업 사장 중 최초로 시의회 인사검증도 거쳤다. 하지만 3년인 임기를 10달도 못 채운 채 사의를 표했다.
이 사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의 주된 원인에는 SH공사 채무감축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당시 자신의 임기 중 시 부채를 18조원 수준으로 30%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선 12조5882억원으로 서울시 전체 부채의 67%에 달하는 SH공사의 부채의 감축이 급선무다.
SH공사는 마곡·천왕·위례·신내지구 등지의 개발사업을 통해 오는 2014년까지 부채를 5조원 감축하려 계획했다. 그렇지만 부지의 매각 실적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목표치에 못 미치자 서울시와 책임 공방전을 벌이는 등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사가 지난해 말까지 진행한 송파 문정·강서 마곡 등지 용지 매각에 따른 수입은 당초 계획 2조2453억원에 절반을 겨우 웃도는 1조2182억원에 그쳤다. 대규모 필지를 분할하는 전략으로 투자유치에 나섰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강일·내곡·은평지구 총 34개용지 분양에선 1개 필지만을 팔았다.
SH공사 관계자는 "12조5882억원인 부채를 올해 5000억원 가량 줄이고 내년 6월까지 약 7조원을 줄일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시 업무보고 과정에서 올해 9조9865억원 대의 감축안이 논의되자 이 사장이 큰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장의 사의 표명에 박 시장은 5일 사의를 반려하기로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박 시장은 이 사장을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과 SH공사 채무 감축의 적임자로 변함없이 신뢰하고 있다"면서 "전날 회의에서 박 시장은 이 사장에게 목표 달성에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평소 책임감이 강한 이 사장이 책임을 느끼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문승국 행정2부시장이 이 사장을 방문해 박 시장 뜻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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