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자사주 매입 '편법 승계' 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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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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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주 전환후후 2세 지분 껑충<br/>주주가치 훼손 등 비판 커져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제약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부쩍 늘고 있다.

내세우는 이유는 '주가 안정'이지만 속 내용은 다르다.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경영권 편법 승계와 주주가치 훼손 논란도 커지고 있다.

◆ 지주 전환 위해 자사주 매입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지난 4일 약 400억원을 들여 자기주식 35만주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의 자사주 지분율은 4.1%에서 7.24%(80만6641주)로 높아졌다. 지난해 초 자사주 비중이 0.1%(6641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여 사이에 7%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동아제약 측은 주가안정을 자사주 매입 이유로 밝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향후 동아제약의 지주사가 될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설 법인 동아ST 지분을 20%까지 늘려야 한다. 그러나 자사주 비중이 4.1%이면 동아ST 지분 20%를 얻을 수 없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가치가 동아ST의 60%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제약사의 자기주식 사들이기도 주가 안정보다는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약 55억원을 들여 자기주식 13만6000주를 사들였다. 자사주 비중은 7.33%로 늘어났다.

제일약품은 지난 1일 주가 안정을 위해 자기주식 26만5080주를 신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자사주 9.96%에 신탁을 통한 간접 보유로 자사주 지분율이 12%에 육박하게 됐다. 자기주식 4.3%를 보유한 안국약품도 지난달 초 자사주 109만6600주(9.4%)를 10억원에 신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자사주 매입이 꼭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향후 지주회사의 계열사 지분 확보 등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 편법 승계 등 논란

국내 제약업계 1위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은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낳고 있다. 동아제약은 핵심 수익원인 '박카스' 사업을 포함한 일반의약품 사업을 지주사 아래 새로 만들어지는 비상장법인 ‘동아제약’에 넘기고, 나머지는 또다른 신설 법인 동아ST로 나눌 예정이다.

박카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337억원으로 동아제약 전체 매출액 7082억원의 18.8%를 차지한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회사 내 최고 알짜 기업을 100% 지배할 수 있게 된다.

편법 승계도 문제다. 과거 지주회사로 전환한 제약회사 가운데 오너 일가 지분이 크게 늘었다.

실제 지난 2002년 10월 대웅과 대웅제약으로 분리된 대웅제약의 대주주였던 윤영환 회장 외 친족 지분율은 13.2%에 21%포인트 늘어난 34.2%가 됐다. 이 가운데 2세 지분율이 6.0%에서 18.2%로 뛰었다.

2007년 7월 지주회사로 전환한 JW중외제약도 이종호 회장과 이경하 부회장이 비교적 적은 지분으로 지주사 지분을 50% 가까이 확보했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주회사 지분을 50.6% 확보했다.

동아제약은 1일부터 국세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이면에는 추가적인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대주주가 합법적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의한 의도가 있다"며 "동시에 부족한 대주주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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