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살아야 증시도 뛴다

  • 집값 상승→경기 회복→증시 급등 順<br/>美·中도 주택시장 회복되고 증시 상승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집값이 오르기는 바라지도 않고, 제발 팔려서 이자나 더 이상 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우스푸어 입장에서 투자는커녕 저축도 언감생심입니다. 부동산시장이 빨리 회복돼야 하는데…."

10여년간 증권투자를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삼아온 김경남씨(48·가명)는 1년 전 주식투자를 접었다. 몇 년 전 경기 용인과 서울 강서구에 투자 목적으로 사놓은 아파트 두 채 값이 모두 2억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대출이자 갚기도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도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손해를 보고서라도 집을 팔고 싶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그저 집값이 회복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김씨의 사례처럼 부동산시장 침체가 경기회복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집값 하락과 주택거래 감소가 하우스푸어를 만들어내고, 이는 은행들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돈을 떼인 은행들은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나라 전체가 '돈(錢)맥경화'에 걸리는 원인이 된다.

현재 1000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43%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이다.

KB투자증권 김성노 투자전략팀장은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아파트 분양을 위해 집단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부동산시장 침체로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은행들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야 가계부채나 은행들의 신용도 하락 우려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 증시의 활황 속에서 유독 한국 증시만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부동산시장 침체와 관련이 깊다고 진단한다.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빈 자리를 국내 투자자들이 메워야 하지만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는 달리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주택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무려 14.6%나 뛰었다. 올 1월에도 5.1% 상승했다. 앞서 중국 100대 도시 신규주택 가격은 지난 6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선행지표로, 부동산시장이 회복되면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가 좋아진다"며 "중국 주택가격이 지난해 3분기 회복세를 먼저 보이고, 4분기 들어 증시가 오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 한 달 새 6.9%나 오르며, 지난 2007년 10월 9일 이후 5년 3개월 만에 1만4000선을 넘어섰다. 이에 앞서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전년 같은 달보다 8.3% 오르며 2006년 5월 이후 6년 반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NH농협증권 조성준 연구원은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여유를 갖게 된 미국 은행들이 작년 4분기부터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대출 기준을 낮추고 있다"며 "은행들이 돈을 풀면 화폐량이 크게 늘어나 안전자산에 숨어 있던 투자자들이 증권이나 펀드 등의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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