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길] 청와대 내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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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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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 야당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퍼스트레이디다.
박정희 대통령에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부인 육영수 여사가,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동지인 이희호 여사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배우자인 퍼스트 젠틀맨도, 그렇다고 야당을 자처해 직언을 할 측근 인사들도 없는 듯하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 인사는 기자와 만나 "박 당선인의 '레이저빔'을 받아본 인사라면 정말 무서워서 꼼짝 못한다"고 토로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박 당선인의 눈이 발하는 레이저광선 때문에 질문을 하지 못했던 에피소드가 회자될 정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들과 친박계 인사들은 그야말로 바짝 바닥에 엎드려 '예스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인물과 정책에 대해 한 번이라도 '노'라고 말하는 인사들을 보지 못했다.
여기에 박 당선인은 인사 검증과 관련, 청와대나 정부기관의 도움 없이 자체 비선팀을 가동하면서 철통보안 속에 인사를 추진하고 있다. 잇따른 인사 참사(慘事)는 어쩌면 예고된 것일지도 모른다.

'인선 시계'가 자꾸 늦춰지면서 여론은 박 당선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박 당선인은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용인술에 있어서도 '쓴소리맨'들을 자신을 가장 근접 보좌할 청와대 참모진으로 과감히 기용하고, 합리적 중도층 인사를 내각에 폭넓게 중용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대통령이 야당을 진정한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늘 소통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이 북한 핵실험 사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 "국민만 바라보겠다"고 말했던 박 당선인에게 가장 무서운 야당은 역시 국민이 아닐까. 새 정부 출범 2주를 남겨두고도 50%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의 의미를 잘 되새겨보길 바란다.

아주경제 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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