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벤처기업가들의 성공적인 도약을 기원하며

은유진 SGA 대표


은유진 SGA 대표

작년 한해 정보 보안업계의 성장은 눈부셨다. 2012년 정보 보안 시장 매출규모는 1조 6000억원에 달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21.4%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잇따르고 있는 정보 유출 사고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등과 같은 법률적·제도적 영향으로 인해 정보 보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정보 보안 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평가도 한층 개선됐다. 이전에 정보 보안기업의 역할은 이미 발생한 보안사고에 대한 사후 대응적이고 임시 방편적인 지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정보 보안기업은 새로운 IT트렌드와 궤를 같이 하는 보안기술 개발을 통해 사회 전반에 정보 보안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는 핵심적인 주체가 됐다.

돌이켜보면 현재 보안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정보 보안 기업의 모태는 직원 수 5명 이하의 벤처기업들로부터 태동됐다. 2000년대를 전후로 벤처 열풍이 불면서 많은 IT개발자들의 창업이 이어졌고, 대부분의 정보 보안기업들도 당시 설립됐다. 초기에는 기술 설명 자료 하나로도 여기 저기 거액의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나타났을 정도로 벤처 업계가 활황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벤처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뚜렷한 비전 없이 벤처 창업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의 대부분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기업들은 척박한 벤처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길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택했다. 여기에는 벤처 기업들의 초기 투자비용을 지원하는 엔젤투자자들이 우량 벤처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벤처기업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현재 IT산업을 이끄는 주역들이 됐다. 하지만 얼마 전 발표된 ‘2012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우리 벤처업계의 미래에 대한 다소 어두운 전망이 들게 했다. 벤처캐피탈 투자유치 경험과 인수합병(M&A)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벤처기업이 전체 기업 중 각각 6.5%와 4.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연구원에서 순수 벤처기업의 일원으로, 그리고 다시 IT중견기업의 대표이사로 자리잡기까지의 시간을 겪어온 필자가 벤처기업가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

먼저 IT개발자에서 더 큰 목표 의식을 가지고 벤처기업으로서의 창업에 성공했다면, 그 즉시부터 기업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스스로의 변신이 필요하다. 경영자에게는 기업 성장단계에 걸 맞는 의사결정 능력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이를 첫 번째로 시험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원활한 투자유치 및 자금조달 능력이다. 기업의 경영자는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에 대한 가치와 미래 성장성을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시장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 개발 완료 후 제품 생산 및 매출 발생까지 얼만큼의 기간이 소요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기간 동안 우수한 연구 개발 인력을 놓치지 않고, 시장에 가치 있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가 우선인 탓이다.

또 한가지 기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했을 때,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인수합병(M&A)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 중심의 인수합병은 핵심 기술과 인력을 확보를 토대로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려될만하다. 또한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융합의 과정은 기업 경영자로서 성숙해나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시장환경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한다. 벤처 거품이 사라진 뒤에도, 우량 벤처기업들의 기술에 대한 시장성을 간파하고 이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해줬던 엔젤 투자가들의 역할이 다시 한번 기대되고 있는 시점이다.

벤처 1세대들이 지금 우리 IT산업의 기둥이 되고 있듯, 현재의 벤처기업가들도 경영자로서의 성공적인 도약을 통해 다가올 미래의 또 다른 산업주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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