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칼 레빈(미시간) 상원 군사위원장은 “12일로 잡힌 헤이글 지명자 인준안을 군사위에서 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을 통해 밝혔다. 민주당이 14석으로 공화당보다 2석 많은 군사위 의석 구조를 이용해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결정은 공화당이 헤이글 지명자의 인준을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하면 합법적인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이를 저지하는 ‘필리버스터’를 사용해서라도 막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쓰면서까지 헤이글 인준을 막기란 정치적 부담이 있어, 인준 절차 보류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린지 그래함(공화) 의원은 “내가 보류 제안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이 국방장관 인준안을 놓고 필리버스터를 사용한 과거 예는 거의 없다.
반면 백악관은 “이번 주 인준 절차가 끝나야 다음 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 새 국방장관이 참석할 수 있다”며 인준을 서두르고 있다.
군사위에서 인준안이 표결로 통과돼도 상원 본회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현재 상원의원 100명 중 과반인 53명(진보 성향의 무소속까지 포함하면 55명)을 확보, 60명을 확보해야 하는 인준 규정에 모자란다. 공화당은 같은 당 출신인 헤이글 지명자가 과거 반 이스라엘과 친 팔레스타인 발언을 하는 등 위험한 인물로 보고 있다.
무리수인 줄 알면서도 민주당이 강수를 두는 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2기 내각을 구성하는 데 있어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헤이글 지명자 인준안은 지난 주 예정됐다가 공화당의 반대로 이번 주로 연기됐고,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인준 안건도 공화당의 반대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 카드를 공화당의 공세로 포기해야 했다.
이에 더해 잭 루 재무장관 지명자가 과거 시티그룹이 금융위기로 흔들릴 때 거의 300만 달러에 이르는 보수를 받았고, 조세 회피처에 있는 헤지펀드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백악관은 주요 장관직 인준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