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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코노미쿠스 "이젠 승자독식 경쟁보다 개인 행복 신경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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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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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니엘 코엔 지음/ 박상은 옮김/ 에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파헤쳐온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은 지금이야말로 개인 행복과 사회 발전의 상관관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특히 주목한 개념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 그는 이 책을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서구 사회를 이끈 승자독식 경쟁 체제를 비판한다. 경쟁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지난 200년 동안 호모 에티쿠스(윤리적 인간)나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를 모두 쫓아 버렸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누구인가. 저자는 자본주의적 인간형이라고 못박는다.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한 이 인간 유형의 적절한 예로 저자는 로빈슨 크루소를 꼽는다.

황량한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해 매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재배한 작물을 다 소비하지 않고 축적해두는 로빈슨 크루소는 이해타산이 몸에 배어 있고 물질적 풍요를 욕망하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앞서 실천한 전범으로 널리 회자된다.

이런측면에서 기업은 로빈슨 크루소다. 그동안 기업은 상여금 제도를 앞세워 내부 경쟁을 강화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해마다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남은 직원에게 승리감을 맛보게 했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경영자 잭 웰치는 매년 직원의 10퍼센트가량을 해고해 그들에게 성공에 대한 갈망을 불어넣어 집단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경영전략은‘스트레스를 이용한 경영’이다.‘승자’ 중심으로 서열화하는 방식은 경제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온라인까지 번져나갔다. 약자는 제거되고 강자의 멸시를 받는 상황이 만연하게 된 것은 호모 이코노미쿠스 때문이다.

저자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또 다른 제국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톈안먼 사태에서 보여준 중국인의 정치적 열정이 부의 획득에 대한 열정으로 대체되면서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정신이 중국 대륙을 지배하고 있다. 경제적 발전이 민주주의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하버드대의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민주주의가 물질적인 번영의 원동력이 된다는 관점(MIT의 대런 애스모글루)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어떤 국가는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함께 성취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과 독재의 수렁에 빠져드는지에 대해 성찰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실효성을 최대한 높이려고 애쓰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실효성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35p)는 저자는 "이제는 경쟁보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협력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개인 행복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제안한다. 육체노동에서 창의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새로운 정신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과거의 엘리트 계층은 자신의 성공을 드러낼 때 어느 정도 절제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절제는 구식이 되었고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었다. 이제는 엘리트층이 중산층이나 서민층의 인생을 그들 자신의 숙명으로 치부하며 신경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를 거리낌 없이 뽐내며 보여주려고 애쓴다. 과거와 현재의 단절은 균형의 시대가 야망의 시대로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78p)

저자는 “물질적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켜주면서도 미래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사이에서 일어날 사회적인 경쟁 관계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때”라며 “사회가 개인을 돕는 제도를 마련하고 서로가 상호 협력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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