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데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도 금리 동결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경제를 살펴보면 우선 미국의 재정절벽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의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빌린 장기 대출(LTRO)을 조기 상환하는 등 경기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영란은행과 ECB, 호주 중앙은행 등 주변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점도 금리의 발목을 잡았다. 대외금리차가 벌어지면 해외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환율 하락을 유도해 수출업체에는 악영향을 끼친다.
국내 경제도 생산과 투자 등의 지표가 개선되며 미약하게나마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생산이 TV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1.4% 늘면서 광공업 생산도 전월보다 1.0%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0.1%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도 전기·전자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9.9% 늘어났고 건설투자 역시 5.8% 증가해 투자 부문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나타났다.
또한 1월 수출은 중국과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1.8% 증가했다.
한은은 이날 최근 국내 경기에 대해 "신흥국 중심의 수요회복, 소비 및 투자심리 호전 등에 힘입어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새 정부가 아직까지 출범하지 않았다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을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향후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방향에 공조하고자 한은이 인하 카드를 아껴놓았다는 것이다. 김중수 총재는 지난달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도 “금융정책·재정정책 등은 같이 갈 때 효과적”이라며 "물가 등을 고려하며 최적의 조화 찾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조합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번 동결 결정이 새 정부의 출범을 기다리고 있어 의사결정을 늦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밖에 인하 요인으로 꼽히던 환율 문제도 최근 오름세로 돌아서며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 1%대에 머무르고 있는 소비자물가 등도 인하 압력을 제한했다.
하지만 한은이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더딘 경기 회복세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되고 있는 엔저 쇼크 등이 인하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
오석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6월경인 2분기 중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통화정책 및 경기부양책의 틀이 마련되면, 추경과 맞물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