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해외 건설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쌍용건설이 무너지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쌍용건설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채권단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여의치가 않은 상태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당기 순손실이 약 4115억원으로 전년(1570억원) 대비 162% 이상 증가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매출은 약 1조6049억원으로 같은 기간 7.4% 줄었다. 영업이익도 1672억원으로 151% 급감했다. 쌍용건설의 자산총계는 약 1조2124억원이고 부채총계는 약 1조3578억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1454억원 가량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이란 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주식시장 상장 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실적이 하락한 이유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할인을 통해 미분양 주택 해소에 나섰고 민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정리에 따른 대손충당금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실적 악화와 달리 쌍용건설은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선방해오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쌍용건설은 최근 3년간 해외에서 1834억원의 이익을 거뒀으며 약 3000억원의 유동성을 국내에 공급했다.
저가 입찰을 하지 않고도 현재 입찰심사(PQ)를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입찰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19조원 규모다.
이중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 철도(20억 달러)는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철도공정공사 단독으로 진행되던 사업에 참여하면서 수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8개국에서 3조원 규모 17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쌍용건설 위기가 지속되면 해외건설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던 국내업체가 중국업체에 밀린 가운데 기술력을 인정받는 곳은 쌍용건설이 유일하다”며 “쌍용건설이 무너지면 국가 경쟁력 한축도 소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캠코는 자본잠식을 벗어나기 위해 쌍용건설 지분 38.75%를 쌍용건설 채권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과 채권단은 캠코도 부실기업의 대주주로서 책임 이행을 촉구하며 감자와 7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인수 등을 요구했다.
현재 캠코인 쌍용건설 최대주주는 부실정리기금 운영 시한이 끝나는 22일 이후 정부인 금융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이에 대해 캠코측은 캠코는 단지 기금관리자일뿐이며 이에 따라 직접 자본출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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