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스트 컴퍼니가 선정한 ‘50대 혁신기업’에서 삼성전자는 17위로 13위인 애플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의 혁신 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이 같은 기업 이미지의 근간에는 패블릿(phablet) 제품과 안드로이드 카메라, 그리고 스마트TV 등 새로운 제품을 잇달아 내놓은 전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정작 이들 제품을 처음으로 내놓은 곳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다른 중소기업·전문기업들이었다.
새로운 제품이 혁신으로 평가받는 데 시기나 기업 규모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패블릿 생산은 팬택이 먼저=5.3인치 화면을 장착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구분됐던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패블릿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했다.
TV 광고에서부터 “폰? 태블릿? 잇츠 노트!”라는 카피로 이 제품이 스마트폰에도태블릿PC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카테고리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5인치 스마트 기기는 당시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 중이던 팬택이 먼저 내놨다.
팬택의 베가 넘버5의 출시일은 2011년 7월이었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는 3개월 뒤인 10월에야 출시됐다.
두 제품 모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했으며 대화면으로 영화·게임 등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같다.
팬택보다 앞서 2010년 말에는 델코리아도 5인치 스마트기기 ‘스트릭’을 발표했으나 스마트폰 이용자가 적었던 당시에 별다른 반향을 누리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카메라도 니콘이 삼성보다 빨라=지난해 11월 출시한 삼성전자의갤럭시 카메라는 영국의 카메라 전문지 ‘왓 디지털 카메라’에서 올해의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 기기에 안드로이드 OS를 장착한 덕분에 찍은 사진을 공유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한 제품이었다는 것이다.
마침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게시하는문화가 정착하면서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더 좋아지길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었던 신종균 사장의 역할이 IT(정보기술)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IM 담당으로 넓어지면서 기기간 융합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니콘은 갤럭시 카메라에 3개월 앞선 지난해 8월 안드로이드 OS를 단 ‘니콘 쿨픽스 S800c’를 내놨다.
니콘 제품이 묻힌 이유는 다른 자사 신제품들과 함께 나온 탓에 집중 조명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 크다.
또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2를 내놓은 삼성전자가 새롭게 ‘갤럭시’ 브랜드를 달아 출시했다는 점에서도 삼성에 이슈를 빼앗겼다.
◇세계최초 스마트TV 생산업체는 국내 중소기업=안드로이드 OS로 구동되는 스마트TV를 말하면 대부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을 떠올리지만 최초의 스마트TV는 국내 중소기업이 만들었다.
디지털TV 전문 중소기업인 GPNC는 2010년 7월 세계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TV ‘스마트로이’ TV를 내놨다.
OS 버전은 베타 버전 수준인 안드로이드 1.5 ‘컵케이크’인데다 하드웨어 사양도싱글코어 CPU와 메모리 512MB(메가바이트)로 낮았지만 엄연한 세계 최초다.
그해 10월에 출시한 소니보다도 3개월여 빨랐고, 지난해 초에야 구글 안드로이드 TV 동참을 발표한 삼성전자와는 1년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이 제품이 알려지지 않고 묻힌 것은 중소기업으로서 인지도가 대기업 제품들에 미치지 못했으며 하드웨어 사양도 다소 낮은 편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